[사설]트럼프의 주독미군 감축·EU 관세, 원칙 지키며 대비하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을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내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주독미군 감축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에는 이번주부터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는 유럽 주요국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대응 조치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28일 대이란 전쟁을 시작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요 회원국들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기지 사용 등 요청에 불응하자 나토 탈퇴 카드까지 꺼내며 실망감을 표출해왔다. 이번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이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비난한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독일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5000명가량이 향후 6~12개월에 걸쳐 철수할 거라고 했는데, 트럼프는 그 숫자를 늘렸다. 30일엔 주스페인·주이탈리아 미군 감축도 “왜 안 되겠냐”고 했다. 급기야 지난해 7월 EU와 15%로 합의한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2020년에도 주독미군 1만2000명을 철수시키려 했지만 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기습적인 자동차 관세 인상 발표는 늦어지는 EU의 대미 투자 이행을 재촉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조치가 현실화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그 배경에 이란 전쟁이 있다면 한국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실제 트럼프는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은 한국을 향해 주한미군을 거론하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원칙 있는 결정이었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한국 내 ‘쿠팡 사태’를 안보 협의와 연계하고, 대북 위성정보 제공을 제한했다. 한국의 대이란 전쟁에 대한 소극적 입장과 무관치 않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미 간 안보·경제 현안과 이란 전쟁은 섞일 일이 아니다. 쿠팡 사태 처리는 한국의 주권적 사안이고, 안보 문제는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호혜적 해법을 찾아야 할 일에 이란 전쟁을 끼워넣는다면 서로에게 득 될 게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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