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벽 위 '꿈꾸는 고래'…하나금융이 복지관에 불어넣은 작은 변화

김민순 2026. 5.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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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인천 연희노인문화센터 벽화 조성
발달장애 예술인 조태성 작가 및 임직원 30여 명 참여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들이 지난달 28일 인천 연희노인문화센터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칙칙했던 회색빛 외벽에 분홍 고래 한 마리가 유영하듯 떠올랐다. 매일 같은 풍경을 바라보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오랜만에 밝아졌다.

"저렇게 칠해놓으니까 얼마나 좋아. 주변까지 환해 보이잖아." 눈에 보이는 작은 변화가 일상의 온도를 바꿨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하나금융그룹의 핵심가치가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본점 이전을 앞두고 지역 내 낙후된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1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오는 9월부터 연말까지 인천 청라국제도시 '하나드림타운' 이전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모인 통합 금융 허브를 조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벽화 조성 사업은 지역 환경 개선을 통해 포용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대상지는 인천 연희노인문화센터다. 지역 어르신의 평생교육과 권익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수백 명의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이웃을 만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하루를 보내지만, 시설 외관은 오랜 시간 손길이 닿지 않아 빛이 바랜 상태였다.

이에 하나금융그룹이 나섰다. 임직원 30여 명이 가로 23m, 세로 5.8m 규모의 외벽에 벽화를 그리며 공간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벽화의 중심에는 조태성 작가의 작품 '다시 꿈꾸는 고래'가 자리 잡았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희망과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붓이 담벼락 위를 지나자 벚꽃나무와 뭉게구름, 공룡과 물고기가 고래와 한데 어우러졌다.

그는 "고래의 신화적 느낌과 몽환적인 이미지를 살리려고 했다"며 "꿈과 희망을 형상화한 고래를 보고 어르신들도 즐거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하나금융그룹 장애인예술단 '하나아트크루' 소속으로 주로 동물과 자연을 주제로 작품을 그려왔다. 하나금융그룹이 매년 개최하는 발달장애인 미술공모전 '하나 아트버스' 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조태성 작가가 지난달 28일 인천 연희노인문화센터 외벽에 고래를 형상화한 작품 '다시 꿈꾸는 고래'를 그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고래 주변의 긴 담벼락에는 오솔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풍경이 들어찼다. 모두 어르신들이 직접 고른 도안이다. 일방적으로 채워진 공간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간 공간이 된 셈이다. 현장 분위기는 내내 밝았다. 벽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벽을 바라봤다. 일부는 직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한 직원은 "정성을 담아 그린 벽화를 통해 지역사회에 온기를 전할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어르신들의 하루가 쌓이고 관계가 이어지는 공간이다. 함께 식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생활을 공유하는 곳인 만큼 작은 변화도 일상의 큰 이벤트처럼 다가온다. 매일 이곳을 방문한다는 김영희(82)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이곳에 나오는데, 오늘 와보니 훨씬 산뜻하고 밝아진 느낌"이라며 "벽화가 우리를 상징하는 그림 같아서 더 좋다"고 웃었다. 김성호(72)씨 또한 "여기서 사교댄스도 하고, 웃음교실이나 건강체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데 이제는 공간까지 밝아져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벽화 조성 작업은 준비 기간만 4개월 넘게 걸렸다. 메인 이미지를 맡을 작가를 선정하고 세부 도안을 확정하는 등 구체적인 기획과 조율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손품과 발품이 적지 않게 들었지만 하나금융그룹은 이런 환경 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본점을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금융·데이터·인재양성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금융 중심지 구축에 나선다. 아울러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 '포용 금융' 실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천과 해양 환경 개선 등을 포함해 연말까지 총 7차례에 걸쳐 활동할 예정이다.

성여진 하나금융그룹 ESG기획팀 대리는 "어르신들이 직접 고른 도안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해 더 의미가 컸다"며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예술인 '콜라보 굿즈'로 자립 지원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은 발달장애 예술가의 창작활동과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발달장애 예술가 대상 미술 공모전 '하나 아트버스' 수상작으로 만든 콜라보 굿즈가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에는 커피빈코리아, 푸마, 모나미 등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들이 참여해 텀블러와 에코백, 티셔츠, 카드지갑 등 생활용품을 제작했다. 또 소방관의 낡은 방화복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119REO'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굿즈 판매금 전액은 장애인 예술가를 육성하는 사회적 기업 '스프링샤인'에 기부된다. 아울러 기부 금액의 절반은 해당 굿즈 제작에 콜라보로 참여한 발달장애 예술가에게 로열티로 지급된다. 그룹 관계자는 "창작활동의 성과가 소득이라는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성취감을 고취하고 경제적 자립도 함께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 CI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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