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다음은 딸기·고추장…K푸드 영토 넓힐것”
3500명 서명해 8개월만에 지사 개소
美 남부 9개 주·중미 8개국 관장
“된장 등 발효식품 다음 주자 될것
한국 식문화 반복적으로 소비돼야”

“수출은 대한민국의 식품 영토를 넓히는 일입니다. K푸드는 이제 라면·김을 넘어 신선식품과 발효식품으로 가야 합니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4월 30일 서울 서초 양재 aT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K푸드 수출망을 미국 내륙과 중미로 넓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aT는 최근 미국 남부 최대 물류 거점인 휴스턴에 지사를 개설하면서 신시장 개척에 착수했다.
이번 휴스턴 지사 개소는 상명하달식 결정이 아니라 현지 수요에서 시작됐다. 홍 사장은 “휴스턴은 생산과 유통 여건이 좋은 지역인데 그동안 aT 지사가 없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LA)를 통해 공급해야 했다”며 “현지 한인회와 바이어 등 3500명이 지사를 열어달라고 서명해 8개월 만에 설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휴스턴 지사는 미국 남부 9개 주와 멕시코·과테말라 등 중미 8개국을 관장한다. 기존 뉴욕·LA 중심의 대미 수출망을 미국 중남부로 넓히는 거점이다. 홍 사장은 “현지에서는 딸기와 배 수요도 확인됐다”며 “지역마다 원하는 품목이 다른 만큼 현지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수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휴스턴 지사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낸 K푸드 수출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은 135억 6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농식품 수출도 사상 처음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은 33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5% 늘었다.
홍 사장은 “과거 교민 중심이던 소비가 현지 소비자 주도로 바뀌고 있다”며 “K드라마·K팝 등 K컬처 인기에 건강한 맛과 간편한 제품 개발이 맞물렸다”고 진단했다.

다음 과제는 수출 품목 다변화다. 그동안 K푸드 수출은 라면과 김 등 가공식품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딸기·포도 같은 신선식품과 김치·된장·고추장·간장 등 발효식품으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신선농식품 수출은 15억 달러로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포도 수출은 8600만 달러로 48.1%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딸기도 최대 수출 실적을 새로 썼다. 할랄 인증 한우의 아랍에미리트(UAE) 첫 수출과 참외의 베트남 첫 수출도 성사됐다.
홍 사장은 라면·김 이후 차세대 K푸드로 발효식품을 꼽았다. 그는 “신선식품도 중요하지만 자본과 기술이 있는 중국·일본이 따라올 수 있다”며 “우리만 갖고 있는 고유한 식품은 발효식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된장·간장·고추장 등은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식품”이라며 “한국 고유의 발효기술과 식문화가 K푸드의 다음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 사장은 K푸드 수출을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니라 현지 시장을 개척하고 관리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나 많이 팔았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자리 잡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한국 식품이 현지 유통망에 들어가고 식문화 속에 반복적으로 소비돼야 진정한 식품 영토 확장”이라고 말했다. 라면이나 김밥을 한 번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는 상품과 식재료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홍 사장은 K푸드 수출을 외교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식품을 찾는 나라가 늘어난다는 것은 대한민국과의 접점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라며 “수출 기업의 판로 확대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현지 네트워크와 소비 기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 늘어나는 ‘짝퉁 K푸드’ 대응도 시급한 과제다. 홍 사장은 “현장에서는 짝퉁 제품이 적지 않게 보인다”며 “가격이 정품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 수준이라 방치하면 가짜가 진짜를 밀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사관·영사관·한인회·문화원·태권도장 등에 정품과 짝퉁 제품을 함께 전시해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도 신선식품 수출 확대의 변수다. 홍 사장은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모두 기후변화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며 “수온이 오르면서 김 씨앗인 원초가 녹고 고랭지 배추 재배지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고랭지 재배지와 신품종을 찾고 저온창고와 CA 저장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며 “수출 확대가 농어민 소득으로 이어지려면 생산과 유통 기반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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