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산 크레인 없으면 韓항만 멈춘다…보수·부품까지 20년 종속
저가 선호에 국산 경쟁력 약화
작년 수입량 99% 중국산 장비
시장 잠식에 中철강 수입 늘어
유지보수에 부품도 의존 우려
발주 앞둔 진해신항 기준 필요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대형 크레인이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mk/20260503174816454vacr.jpg)
3일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 항만에 설치된 크레인 893기 가운데 56.9%인 510기는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인 중에서도 핵심 설비인 컨테이너 크레인만 놓고 봐도 중국산 비중이 58.2%로 과반을 웃돈다.
이 같은 흐름은 2000년대 들어 뚜렷해졌다. 2000년 이후 신규 도입된 크레인만 보면 전체 770기 가운데 중국산이 510기로 국산 크레인(247기)의 두 배를 넘어선다.
민간 터미널 운영사들이 초기 투자비 절감을 위해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등 중국 업체의 저가 장비를 선호한 탓이다. 국내 장비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됐고, 신규 프로젝트 수주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 크레인 시장을 잠식하면서 장비 제작에 투입되는 철강 수요 역시 중국 업체로 흡수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크레인 수입량은 4922t으로 이 중 4864t(98.8%)이 중국산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의존도가 커지면서 국내 항만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이 국내 철강 산업의 일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레인은 보통 20년 이상 사용하는 장비다. 중국산 장비를 설치하면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 등을 계속 중국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이에 따라 축적되는 지식과 인력 등 노하우도 고스란히 중국 기업들 몫이 된다.
김율성 국립한국해양대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하역 장비를 국내에서 대부분 생산했지만,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에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 것이 현재 상황의 원인”이라며 “초기 선택이 수십 년간 관련 시장과 기술 주도권을 좌우하는 만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항만 개발 사업은 개별 프로젝트별로 항만공사와 민간 운영사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 크레인 등 장비 선정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 부산신항 2-5·2-6단계 등 일부 사업에서는 국산 장비 사용 기준을 마련해 실제 도입까지 이뤄진 사례가 있지만,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최근 인천신항 1-2단계 하역 장비 입찰에는 중국 업체 세 곳만 참여했다.
이에 따라 향후 진해신항 등 대규모 항만 사업에서 장비 국산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해신항 1-1단계에서 컨테이너 크레인 12대와 트랜스퍼 크레인 54대, 1-2단계에선 컨테이너 크레인 24대와 트랜스퍼 크레인 108대 등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부산항만공사가 진해신항 관련 장비 발주 방식 등을 포함해 사업 전반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장비 발주를 운영사에 맡길지, 항만공사가 직접 관여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장비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라며 “운영사와 공사가 비용을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조 의원은 “항만 장비 국산화는 단순한 장비 조달의 문제를 넘어 중후장대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유지·확장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며 “해수부가 중심이 돼 진해신항 등 향후 사업에서 국산 장비 활용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크레인 등 항만 장비 도입이 단순한 설비 차원을 넘어 전후방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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