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금 인출기냐, 어디 잘해봐라"…삼전노조 갈등 폭발
"삼전 노조 요구안 반도체 편중"
씨티 "실적 발목" 목표가 첫 하향
삼성전자 가전·모바일(DX) 부문 직원들의 노동조합 탈퇴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노조가 반도체(DS) 부문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다른 부문 직원들의 요구는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다는 불만에서다.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각계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내부 반발까지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는 최근 DX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탈퇴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신청은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29일에는 1000건을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열흘간 누적 2500건을 넘어섰다. DX부문 노조원이 전체 노조원(7만5000여 명) 중 20%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15% 규모가 탈퇴한 셈이다. 초기업노조 창립 이후 이처럼 단기간에 대규모 인원이 이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4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역대급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노조 파업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 충당금 설정이 단기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DX 성과급 인상 요구 뒷전…조합비 올려 파업 활동비 지급
"우리가 현금인출기냐" 내부 반발
“어디 한번 잘해봐라. 결국 당신들(반도체·DS)이 휘두른 칼에 당신들이 맞고 쓰러질 듯. 그럼 이만 탈퇴한다.”
“노조가 알아서 와해되네. DX(가전·모바일) 노조원들 그렇게 무시하더니…. 반도체만의 노조로 잘해보시길.”
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삼성전자 게시판은 DX 부문 노동조합원들이 쓴 ‘노조 탈퇴 인증글’로 도배됐다. 게시글과 댓글을 포함하면 수백 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재명 대통령 등 정부 인사들까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 및 파업 예고를 겨냥한 듯한 비판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노조 내부 분열이 심상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DX직원 노조 탈퇴 인증 릴레이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이탈하고 있다. 특히 DX 분야 노조원 중심으로 ‘탈퇴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노조에서 탈퇴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누적된 소외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는 DS 부문에 대해선 영업이익의 15%와 성과급 상한 영구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안이 수용되면 DS 부문 직원은 인당 평균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게 된다. 반면 올해 실적 둔화로 적자 우려까지 나오는 DX 부문과 관련해 노조는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전체 조합원의 80%가 DS 소속이다 보니 노조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다수인 DS 부문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DX 부문 직원은 “노조가 DX 직원을 파업 자금을 대주는 ‘현금인출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 운영 과정에서의 불통과 차별적 태도도 DX 노조원의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다른 DX 직원은 “노조 안건과 소식을 DS에만 공유하고, DX 사업장에는 홍보 활동이나 현수막 설치가 전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 참여 스태프에게 최대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기로 한 점이 갈등 폭발의 결정타가 됐다. 노조는 지난 1월 쟁의 기간 조합비를 월 1만원에서 5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반쪽짜리 노조’ 전락 위기
노조 측이 DX 부문의 이탈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조합원의 압도적 다수가 DS 소속인 만큼 DX 부문이 이탈하더라도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 교섭권을 확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사업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사측과의 교섭에서 전체 임직원을 대표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 노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일부 DS 직원은 DX 노조원의 탈퇴 관련 글에 “처참한 실적을 내놓고 왜 남의 사업부 성과를 나눠달라고 하냐”는 조롱성 글을 쓰기도 했다.
격화하는 내부 분열을 바라보는 외부 투자업계의 시선도 냉랭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34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터 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역대급 메모리 업사이클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 충당금 설정이 단기 실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충당금 반영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각각 10%, 11% 낮췄다. 메모리 시황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노사 갈등으로 인한 인건비성 실적 노이즈가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초격차 회복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내부 갈등과 외부 신뢰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며 “특정 사업부만 대변하는 노조의 정체성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내부의 감정적 분열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채연/강해령/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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