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마음껏 뛰놀게 했더니 … 우울증·학폭 줄었죠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6. 5.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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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활동 늘리는 서울 안평초등학교 가보니
교육현장 축구 금지 논란에도
학생들에게 운동장 활동 장려
정서안정·신체 건강증진 효과
피클볼 등 새로운 스포츠 도입
학폭 전력 학생도 공격성 줄어
운동 통해 인성교육·관계 회복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안평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점심 시간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이용익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안평초등학교 학생들은 등교 시간이면 본관 건물 앞에 있는 '미세먼지 신호등'을 제일 먼저 확인한다. 신호등이 빨간색만 아니라면 운동장을 두 바퀴 정도 크게 돈 뒤 교실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운동장은 단순히 체육수업을 듣는 공간을 넘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즐거운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30일 점심 시간이 되자 운동장은 순식간에 아이들 함성으로 가득 찼다. 저학년 학생들은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정글짐과 그네 등 놀이기구로 달려갔고, 고학년 학생들은 운동장 한가운데서 공을 차느라 바빴다.

2학년 이담 양은 친구들과 숨이 차게 뛰어다니다 미끄럼틀 앞에 멈춰 섰다. 이양은 "오늘은 미끄럼틀이 제일 재미있었다"며 "밥 먹고 바로 교실에 들어가는 것보다 친구들과 마음껏 뛸 때가 더 좋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운동장 한편에서 산책하며 꽃구경을 하던 오은서·최다혜 양도 입을 모아 '실외 활동'의 즐거움을 전했다. 마침 어제 있었던 계주 시합에서 져서 조금 아쉬웠다는 오양은 "당연히 교실 안보다 밖에서 노는 게 훨씬 좋다"며 연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최근 전국 상당수 초등학교가 점심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 축구를 제한하고 있다는 자료가 발표돼 충격을 줬다. 다치는 사고나 학생 간 충돌, 학부모 민원 등을 우려해서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의 자율적인 신체 활동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평초는 이와 반대로 학생들이 운동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 문화를 바꿔 가고 있다. 신체 활동 부족과 정서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운동장을 다시 아이들의 공간으로 돌려주자는 취지다.

안평초를 이끄는 류선미 교장은 "과거에는 아이들이 운동장을 사용하고 뛰어노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신체 활동을 장려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뛸 수 있으면 뛰어도 되고, 걷고 싶으면 걸어도 된다. 오늘은 힘들면 교실로 들어가도 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학생회 결정에 따라 학생들이 운동장을 도는 동안 교사들은 크게 개입하지 않고 각 학급 반장들이 질서를 유지하도록 관리에 나선다. 아침 운동을 하는 동시에 자치 활동도 해보는 셈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 역시 운동의 힘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운동장 사용을 금지하는 세태에 대해 김경민 체육강사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강사는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를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며 "신체 활동 비중을 높이자, 아이들 표정부터 달라졌고 더 의미 있는 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안평초는 '피클볼'과 같은 새로운 스포츠를 도입해 학생들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테니스·배드민턴·탁구의 요소를 결합한 피클볼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라켓 스포츠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도 즐기는 스포츠로 알려지기도 했다.

피클볼 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란 인성안전부장 교사는 운동이 아이들 정서와 교우 관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도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데, 운동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 승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힌다"며 "성취감을 맛본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훨씬 안정되고 교우 관계도 부드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교폭력 전력이 있던 한 학생이 피클볼에 전념하며 눈에 띄게 달라진 사례도 있다. 운동을 통해 공격성이 줄어들고 성격이 부드러워진 것이다. 이 교사는 "교실 안에서 가르치는 인성 교육에는 한계가 있지만, 운동장에서 부대끼며 스스로 체득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체육 활동이 늘어나면 사고가 생길 가능성도, 항의 민원이 들어올 가능성도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류 교장은 "아이들이 뛰어놀 때 음악을 틀어두기만 해도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그럼에도 운동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 아이들이 몸은 물론 마음에도 튼튼한 근육이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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