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자소서·의견서’ 넘치는데…‘AI가 쓴 글’ 가려낼 방법이 없다

“AI(인공지능) 활용 및 표절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므로 불성실 작성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유의”(2026 상반기 국민연금공단 신입직원 채용 공고)
기술의 풍요는 또 다른 의심을 낳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누구나 쉽고 단번에 유려한 글을 쏟아낼 수 있게 되자, 사회는 글을 ‘누가 썼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캠퍼스와 채용 시장은 리포트와 자기소개서를 헤집으며 인공지능의 흔적을 찾고, 인공지능 발 ‘가짜 판례’가 담긴 의견서를 접수한 법원은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인공지능 텍스트 범람 시대에 진짜 ‘글의 주인’을 솎아낼 완벽한 탐지망은 존재할까.
탐지의 두 갈래: 워터마크VS 사후 탐지
워터마크 방식은 인공지능이 이미지, 오디오, 텍스트 등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인간 눈에는 식별되지 않는 생성 표식을 삽입하는 기술이다. 구글은 통상 이미지 생성물에 적용하는 이 기술을 텍스트에도 적용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2024년 10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자체 개발한 워터마크인 ‘신스 아이디(Synth ID)’ 방식을 텍스트에 적용하는 기술을 소개했고, 이를 오픈소스(개방형)로 공개했다. 대형언어모델(LLM)은 문맥상 다음 자리에 올 확률이 높은 토큰(인공지능의 입·출력의 기본 단위)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신스 아이디는 텍스트 품질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률을 미세하게 조정해 워터마크를 새긴다.
사후 탐지 방식은 대형언어모델이 생성한 텍스트가 가진 특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인공지능 생성 여부를 가려내는 기술이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턴잇인이나 지티피제로(GTP zero) 등 국내외 다양한 업체들이 이런 방식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으나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와 인간의 글 사이에 문장 길이, 구조, 단어 선택 등에서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고 보고 분류를 시도한다.

확장성 없는 워터마크, 오픈AI도 접은 사후 탐지

전문가도 식별 어려운 할루시네이션…“인공지능 문해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과의 공존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대변혁에 맞는 평가 기준 설정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사용 금지’ 규제를 넘어, 인공지능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비판적 활용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의 이승현 부사장은 인공지능 창작 여부를 가리는 시도를 “기술 도입기의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인공지능이 썼느냐가 아니라, 이젠 문서 제출자가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얼마나 내재화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교수는 “인공지능의 환각, 편향성, 왜곡을 걸러내기 위해 상당한 안목이 있어야 한다”며 “인공지능 문해력이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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