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탈퇴하는 非반도체 삼성맨 …"돈 못 벌어 조롱당해"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왕해나 기자(wang.haena@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6. 5.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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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공지·활동 모두 DS 중심
가전·휴대폰 부문 직원들은
"반도체만을 위한 노조" 불만
삼성바이오는 오늘 노사협상
채용·M&A도 노조 허락 요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파업 사흘째인 3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 초호황이 만든 '성과급 기준'이 삼성전자 노조 내부를 갈라놓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스마트폰·가전 담당인 디바이스경험(DX)부문 간 실적 격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노조가 반도체 중심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일 조직 내 보상 체계가 충돌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비(非)반도체인 완제품 부문을 중심으로 조합원 이탈이 확산하며 노노(勞勞)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갈등의 출발점은 사업부 간 '이익 격차'다. 올해 1분기 회사 전체 영업이익 약 57조원 가운데 53조원 이상이 DS부문에서 창출됐다.

DS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DX부문은 원가 부담과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연간 적자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실적 기반이 크게 갈리는 가운데 노조 요구가 특정 사업부 성과에 연동되면서 내부 긴장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노조가 제시한 '영업이익 15%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는 이러한 충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요구가 수용될 경우 DS부문은 초과이익을 대규모로 배분받지만, DX부문은 성과급 축소와 사업 재편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익이 특정 사업부에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보상까지 쏠린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조직 내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노조 활동이 반도체 부문에 쏠렸다는 불만이 구체적인 사례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 익명 커뮤니티와 업계에 따르면 노조 공지와 소통이 DS부문 중심으로 이뤄지고 DX부문 관련 안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는 완제품 부문과 관련된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불만과 함께 '실적이 저조한 완제품 쪽은 뒷전' '돈 못 버는 완제품 사업을 두고 조롱성 반응이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며 갈등이 감정적 대립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인식은 '노조 탈퇴 신청'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서는 최근 탈퇴 신청이 급증해 하루 기준 1100건을 넘기기도 했다.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탈퇴 인증이 이어지며 이탈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완제품 부문을 중심으로 '반도체만을 위한 노조'라는 반발이 빠르게 퍼지는 분위기다.

조합 운영 방식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조는 쟁의 기간 조합비를 인상한 데 이어 파업에 참여한 스태프에게 최대 3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서 비용 부담은 전체가 지면서 혜택은 일부에 집중된다는 반발이 나오며 노조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외부 환경 역시 노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이 잇달아 과도한 요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여론 부담이 커졌고 노조 지도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대외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재벌 개혁 활동을 해 '삼성 저격수'로 불렸던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성과급 상한선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와 사측을 동시에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천문학적 이익을 두고 동네 사람들을 같이 불러 음식 나눌 생각은 안 하고 대문 걸어 잠그고 끼리끼리 먹자판 잔치와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모습, 솔직히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에서 보상 체계를 둘러싼 내부 분열이 불거진 가운데 바이오 계열에서는 노조가 경영 의사 결정 영역으로까지 요구를 확대하며 또 다른 유형의 충돌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전면 파업은 사흘째 이어졌다. 이번 파업에는 조합원 약 4000명 가운데 28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5455명)의 절반 이상이 동참한 셈이다. 노사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다만 입장 차가 커 합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노조가 신규 채용과 인사고과,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협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러한 요구가 인사권과 경영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안에는 기업의 인사권·경영권과 직결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라 기자 / 왕해나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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