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삼성家, 12조 상속세 완납…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권태성 기자 2026. 5. 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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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5년 분납 종료…연간 세수 웃도는 규모
기업 이익 사회 환원 모델 제시…재계 파급 주목

(왼쪽부터)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최은화 소아암ㆍ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사진제공=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가 5년 만에 마무리됐다. 총 12조원 규모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은 2021년 상속세 신고 이후 연부연납 방식으로 총 6차례에 걸쳐 세금을 납부해 최근 완납을 마쳤다.

삼성은 2020년 10월 이 선대회장 별세 이후 개시된 상속과 관련해 2021년부터 연부연납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해 왔다. 상속세 규모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지분과 부동산 등을 포함해 약 12조원으로 추산된다. 단일 상속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2024년 상속세 세수 8조2000억원보다 약 50% 많은 수준이다.

유족들은 상속세 신고 당시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히며 법과 원칙에 따른 납부 의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5년에 걸쳐 성실히 납부를 이어가며 기업 오너 일가의 책임 있는 납세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룬 성과의 최종 수혜자는 국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조원 규모의 재원이 국가 재정으로 유입되면서 복지와 보건, 사회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기반이 마련됐다. 삼성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부가 세금과 기부를 통해 사회로 환원되며 ‘사업보국’의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사회 기대를 뛰어넘는 봉사와 헌신이 필요하다”,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문화유산 보존은 인류 미래를 위한 의무”라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철학은 이후 사회공헌 활동 전반으로 이어졌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로 가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삼성은 의료 지원과 미술품 기증 등을 통해 국민 건강과 문화 향유 확대에 기여하며 사회공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기업과 사회 간 관계 설정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상속 과정에서 조세 회피 논란이 반복돼 온 가운데 법정 세율을 그대로 적용해 전액 납부한 점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부를 국가 재정으로 환원했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상속세 재원은 복지, 사회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간접적인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상속세 완납을 계기로 국내 상속세 제도에 대한 논의도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세율과 과세 방식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동시에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 사례가 향후 기업 지배구조와 승계 과정에서 참고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 가치 이전과 사회 환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세금을 납부한 수준을 넘어 기업이 사회와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에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사례”라며 “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회적 책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