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참고 조조영화 본 적 있죠?"…전주영화제 홀린 '찐' 시네필들의 수다

"영화제 기간에 하루 3편 이상 예매했다가, 숙취 있는데도 굳이 아침 영화 보러 가서 잔 적이 있다, 없다?! 하나, 둘, 셋!"
사회를 맡은 영화웹진 '리버스'의 차한비 기자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화 '3670'을 연출한 박준호 감독이 '있다'를 외쳤다.
그 재빠름에 객석에 앉아있던 '시네필(영화 애호가)'들이 동감한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닷새째인 3일, 전주 지역의 유일한 향토극장인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전주톡톡'이 열렸다.
영화제 부대행사 중 하나인 전주톡톡은 영화의 경계를 넘어 흥미로운 막후 이야기를 하는 가벼운 토크 프로그램이다.

오래된 극장 특유의 보풀 일어난 시트와 낡은 공기 덕분인지 대화는 금세 격식을 벗어 던졌다.
원 작가는 '다정한 시네필이 차고 넘쳤다면 굳이 이런 행사는 없었을 텐데, 다들 이곳으로 숨어든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고 '뜨끔한 듯' 시네필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영화 예찬'으로 이어졌다.
박 감독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2시간은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이라며 "영화를 볼 때 만큼은 3분에 한 번씩 확인하던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데, 제겐 힐링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원 작가는 '영화의 문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문화자본이 풍성한 배경에서 자라지 않았는데, 영화는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이었다"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장르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고 경험을 나눴다.
빈틈없이 이어지는 세 사람의 '티키타카'에 관객들도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을 만난 듯 비밀스러운 고민을 풀어놨다.
'시네필이라고 말할 때면 예술영화를 좋아해야 할 것 같다. 시네필에 진입장벽이 생긴 것 같다', '시네필이라 하면 너무 유명한 감독은 좋다고 말을 못 하는데, 숨어서 보는 상업영화가 있느냐' 같은 관객들의 질문들이 이어질 때마다 공감한다는 듯 다른 이들도 조용히 웃었다.
한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느냐'고 묻자 박 감독은 "좋아하는 영화가 생기면 그 비밀을 알 때까지 모든 장면마다 끊어서 본다. 비밀을 알아야 나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하다 보면 이 영화는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알지 않을까 하는 만족감이 든다"고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했다.
40여분간 진행된 대화는 '영화를 즐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원 작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미 다들 충분히 영화제를 즐기고 계시겠지만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마무리했다.
박 감독은 여행 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일본의 영화관에서 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박 감독은 "일본어를 모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오열했다"며 "내가 모르는 언어로 된 영화를 보면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영화를 보는 경험을 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