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한예종도, 반도체도 호남으로”… 포퓰리즘의 끝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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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균형발전과 문화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당사자인 학교와 예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호남 지역 유치를 앞세우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산업의 본질을 외면한 접근이다.
정치가 지역 발전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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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정책 판단을 압도하는 만능 구호가 되는 순간, 국정은 방향을 잃는다. 최근 여권에서 제기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광주 이전과 반도체 산업의 호남 유치 구상은 그 전형적 사례다. 지난달 22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법안의 골자는 서울 석관동·서초동·대학로에 분산된 한예종 캠퍼스를 광주와 전남이 통합해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시)로 이전하는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과 문화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당사자인 학교와 예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예종 이전 논의는 이미 수차례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가 사라진 바 있다. 이번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붙었다. 표만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최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장관으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해당 지역으로 캠퍼스를 옮긴다는 생각은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반도체 역시 다르지 않다.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는 입지, 인력, 생태계가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호남 지역 유치를 앞세우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산업의 본질을 외면한 접근이다. 반도체는 선언으로 키울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정치가 지역 발전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산업과 교육, 문화의 본질을 훼손하는 방향이어서는 곤란하다. 균형발전은 공론 속에서, 그리고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 각 지역의 강점을 살리고, 새로운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기존의 핵심 자산을 단순히 옮기는 방식이라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역시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먼저인 것이다. 정치가 그 순서를 거꾸로 세우는 순간,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과 미래 세대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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