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란을 움직이나···체제 유지 공통 목표 아래 권력은 ‘사분오열’

미국·이란 종전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란 권력이 성격이 다른 네 파벌로 쪼개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2일(현지시간) 이란 내부에서 전술을 둘러싼 분열 징후가 포착된다고 보도했다. 세력 간 갈등을 중재하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실권을 장악한 군부 내부에서 체제 유지 방식을 두고 파벌 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부친의 중재자 역할을 대체하지 못한 탓에 권력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아흐마드 바히디 신임 총사령관이 이끄는 IRGC는 사실상 국가 핵심 기능을 장악한 상태다. 지난달 초 IRGC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정보장관 임명 시도를 저지하는 등 대통령과 충돌했다. 페제시키안이 모즈타바에게 긴급 회동을 요청했지만 IRGC 고위 관계자들이 양측 소통을 차단해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현재 이란 권력 구도를 네 축으로 분석했다. 먼저 모즈타바와 오랜 관계를 맺어 온 ‘정보·보안 네트워크’가 있다. 모즈타바는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 IRGC 하비브 대대에서 복무했는데, 이 시기 인연을 기반으로 형성된 집단이다. 호세인 타에브 전 IRGC 정보국장,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전 IRGC 총사령관 등이 포함돼 있다.
다음으로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이 포함된 ‘협상파’다. 이들은 외교적 소통에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지만 이슬람공화국의 안보 논리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외부에서 말하는 ‘온건파’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군사·안보 결정 권한을 가진 집단도 별도 축을 형성하고 있다. 바히디 신임 총사령관을 중심으로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등이 이 축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은 강경파 집단이다. 사에드 잘릴리 전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하미드 라사에이, 아미르호세인 사베티 등 초강경파 의원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미국과의 협상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협상파를 공개 압박한다.
각 파벌은 체제 유지라는 대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협상 여부와 확전 대응, 이념 통제 방식 등 방법론에서는 뚜렷하게 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이런 내부 균열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파는 강경파를 근거로 양보를 요구하고, 강경파는 협상파를 압박해 타협을 막는 구도다. 공개적으로는 분열을 부인하면서도 실제 최종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유지해 협상 상대국에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언급하며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누가 이란 지도자인지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는 것”이라며 “그건 좀 골치 아픈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내분을 체제 변화의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갈등의 주체 모두가 IRGC와 최고지도자실, 안보 기구로 얽힌 체제 내부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향후 이란이 종전협상에 나설 수는 있지만, 어떤 협상단도 그 뒤에 있는 분열된 체제 전체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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