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양 정보 보려다 남의 여권이 툭"…'개인정보 유출'한 정부 시스템
입양 완료 아동 주민등록·여권 사진 유출
"국가가 책임진다더니…입양 가족 기만"

"입양 진행 과정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입양 사실 확인서'라는 문서가 뜨는 거예요. 뭔가 싶어 확인해보니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의 여권 사본이 보이더라고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 정보 홈페이지에서 국내외 입양인들의 주민등록초본, 여권 사본이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입양 절차가 지연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마련한 시스템인데, 엉뚱하게 이미 입양 절차가 끝난 입양인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입양아동 정보가 담긴 외장하드를 분실하고, 입양아동을 '물량'이라고 표현해 빈축을 샀던 보장원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보장원이 운영하는 입양 정보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30일부터 국내외 입양인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 개통 직후의 일이다. 지금껏 확인된 유출 정보는 1990년대 출생한 입양인의 이름과 현재 주소, 입양 부모 이름 등이 적힌 주민등록표 초본, 1990년대 후반 출생해 미국으로 입양된 여성의 미국 여권 사본과 입양 사실 확인서 등이다.

이러한 사태는 입양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부모들이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문제가 된 '온라인 입양 신청 시스템'은 예비 부모에게 입양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보장원이 만든 사이트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입양 전반을 책임지는 공적입양체계 도입 이후, 입양 성사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비판이 쏟아지자 만들었다.
홈페이지에 가입한 대기부모들은 자신의 입양 신청 과정을 확인하려다 타인의 입양 관련 서류가 노출된 사실을 알게 됐다. 예비 부모 A씨는 "입양 서류 접수가 잘 돼있는지 '마이페이지'에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입양 사실 확인서가 떠 놀랐다"면서 "이를 내려 받아 보니 해외 입양인의 여권 사진과 관련 서류였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식별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보장원의 사이트에서는 입양인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집주소, 입양 부모 이름이 담긴 주민등록등본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내려 받아졌다.
현재까지 정확한 유출 대상과 규모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본보는 보장원과 복지부에 △입양인 정보가 사이트에서 유출된 과정 △정보가 유출된 입양인 수 △개인정보 유출 당사자에게 해당 사실 통보 여부 등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보장원은 본보 질의 직후인 2일 홈페이지에 '시스템 점검이 완료돼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지만 띄웠다.
입양 대기 부모들은 정보가 유출된 입양인을 걱정했다. A씨는 "입양인들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원치 않게 드러났다는 사실에 충격과 상처를 받을 것 같다"며 "(향후 입양하게 될) 우리 아이의 정보도 유출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지원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 대표는 "보장원은 이미 수년간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 부실, 저장매체 분실·유출 문제로 언론과 국회의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며 "그럼에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난 건 국가를 믿고 자신의 정보를 맡긴 입양가족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과연 국가가 책임지는 입양의 모습인지 의문"이라며 "보장원은 즉각적인 사과와 사고 책임자 엄중 문책은 물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장원 측은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장원 관계자는 "원인 분석과 보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로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영향 범위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신고통지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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