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리 노동절에 바게뜨 샀다가...노동계 발칵 뒤집힌 이유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노동절에 문 연 빵집을 찾아 바게트를 구입해 노동계가 반발했다. 프랑스 현행법은 상점이 노동절에 직원을 출근시키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르코르뉘 내각은 ‘노동절 노동’을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르코르뉘 총리는 노동절인 1일(현지시각) 프랑스 중부 오트루아르의 생쥘리앵샤프퇴유 마을을 방문했다가 영업 중인 빵집에 들렀다. 그는 가게 사장에게 악수를 청한 뒤,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 4.4유로(약 7600원)어치를 샀다. 옆에 있던 로랑 보키에 프랑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 총리가 5월1일에도 가게들이 영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이 싸웠다”고 르코르뉘 총리를 추켜세웠다. 르코르뉘 총리는 “의회가 늘 (상대하기에)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 르네상스 대표이자 차기 대권 주자인 가브리엘 아탈도 이날 오전 파리 근교 오드센의 문 연 빵집을 찾았다. 그는 빵집 사장에게 “오늘 근로감독관들이 빵집과 꽃집에 (노동절 영업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그건 스캔들(추문)이 될 것이다. (노동절 노동을 지지하는) 집단 지성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빵집 사장은 지난해까지는 노동절에 직원을 출근시킬 수 없어 가족들 손을 빌려야 했지만, 올해는 정부 조처로 직원들이 출근할 수 있었다고 반겼다.
현행 프랑스 노동법은 병원 등 공공복리에 꼭 필요한 사업장만 노동절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사용자는 직원 1명당 750유로(13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달 17일 “독립(자영업) 제빵사와 꽃집이 노동절에도 직원들을 노동시킬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노동자가 사용자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에 따라 출근하는 경우, 사용자는 일당을 두배 주는 조건으로 노동절에 일을 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는 정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전인 올 노동절에도 이런 조처를 적용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근로감독관들에게 “지침”을 내려 노동절 노동을 제재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르코르뉘 총리는 당시 성명에서 “두 업종의 장인들은 향후 법률이 규정할 조항에 따라 2026년 5월1일 영업하더라도 어떤 불이익도 겪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동절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이날 빵집에 직접 전화를 돌리기까지 했다. 프랑스 동부 이제르의 빵집 사장 에리크 아미외는 프랑스 에르엠세(RMC) 라디오에 “정오쯤 총리가 가게에 전화했다. 그는 (노동절에) 문을 열어 규칙에 따라 행동해줘 고맙다고 했고, (근로감독관이) 제재를 내려도 취소될 거라고 장담했다”며 “총리가 직접 전화할 줄 몰랐는데 매우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노동법 위반 혐의로 근로감독관의 현장 점검을 받았지만 “두렵지 않다”고 했다. 아미외는 “우리는 (자영)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 역시 과태료가 나와도 낼 일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날 제빵사 등 7명을 ‘자발적 근무 확인서’를 받고 출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공휴일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사용자가 노동절 출근을 요구하면 계약직 직원 등이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와 재계가 다른 업종으로 공휴일 노동 예외를 더욱 넓힐 거란 우려도 크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은 이날 전국에서 30만명이 노동절 기념 집회에 나와 공휴일 휴식권 보장 등을 외쳤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정부가 현행법을 무시해 ‘월권’을 행사했다는 질타가 이어진다. 정부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도 않은 법안을 근거로 근로감독관의 단속을 막았기 때문이다. 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이날 르코르뉘 총리를 형법상 “법 집행 방해” 혐의로 공화국사법재판소(CJR)에 고발했다. 사법재판소는 정부 당국자가 공무 중 저지른 범죄를 재판하는 기관이다.
마틸드 파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가 마음대로 법을 쓰레기통에 던지기로 결정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5월1일에 노동자들은 집에 머물러 쉬거나, 자기 권리를 위해 집회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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