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는 ‘다목적군’ 미국은 ‘해양자유연합’…늘어난 호르무즈 선택지, 한국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위해 미국이 제안한 국제 연합체 ‘해양자유연합(MFC)’ 참여에 관련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미 영국·프랑스 주도로 50여개국이 모여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위한 방어적 성격의 국제연대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또 다른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게 됐다. 국제 연대에 참여하게 되면 군 자산 파견 등의 조치가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당분간 미국 측 제안과 기존 논의를 통합해 살펴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미국이 각국 대사관을 통해 제안한 MFC 참여에 관해 검토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모든 가정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 중”이라고 했다. 미국은 MFC를 군사연합체로 상정하지 않았지만 각국에 외교 또는 군사 파트너 수준의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FC에 앞서 영국·프랑스 주도로 제안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논의에는 50여개국이 참여하는 등 진전을 보이는 중이었다. 이들은 방어적 성격의 국제 임무에 방점을 찍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해협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정상회의 결과를 담은 의장성명에 이름을 올린 31개 국가 중 하나다. 군에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프랑스 주도의 장성급 화상회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선택지가 늘어나 고심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영국·프랑스 주도의 논의와 (MFC의) 관련성은 어떻게 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논의에서 프랑스가 미국의 참여를 반대하고,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이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등 미국와 유럽 간 갈등이 이어지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선택지가 늘어난 상황이 꼭 부담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란 전쟁 초기 미국이 동맹국에 파병을 요구했을 때보다 부담을 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또한 다자주의적 접근을 제안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해라는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측 논의가 한데 묶여 진전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당분간 미국·이란 전쟁의 종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국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논의 동향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운항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어떤 협의체든 전쟁이 종료된 뒤 참여 가능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제법과 국제 해상로의 안전, 한·미 동맹과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장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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