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교 4곳 중 1곳만 소풍…교사 ‘형사책임 불안’에 저학년일수록 기피

김지혜 기자 2026. 5. 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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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풍 온 학생들이 파란 하늘 아래를 걷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교의 소풍 등 현장 체험학습이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소풍을 계획한 학교 비율은 3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특히 초등학교는 4곳 중 1곳만 소풍을 계획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져야 할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현장학습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비숙박형 현장 체험학습(소풍)을 계획한 서울 초·중·고등학교는 전체 1331개교 중 407개교(31%)에 그쳤다. 2023년 1150개교(86%)가 소풍을 간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소풍 실시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학교급별로 보면 저학년일수록 소풍 기피가 두드러졌다. 초등학교는 같은 기간 소풍 실시율이 99%(598개교)에서 26%(156개교)로 급감했고, 중학교는 85%(331개교)에서 42%(164개교), 고등학교는 65%(221개교)에서 26%(87개교)로 각각 줄었다.

경기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도교육청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기도 초등학교의 비숙박형 현장 체험학습 실시 학교는 지난해 694곳에서 올해 397곳으로 300곳 가까이 감소했다.

다만 통계에 포함된 ‘비숙박형 현장 체험학습’ 가운데는 외부 활동이 아닌 학교 내 체험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 외부로 나가는 소풍은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지게 될 민·형사상 책임 부담을 현장 체험학습 축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현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과밀학급이 많은 대도시일수록, 또 학생 연령이 낮을수록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할 관리 부담이 커 현장학습 기피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교조가 단위학교 대표 조합원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저학년일수록 교사 개인이 느끼는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체험학습 중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해 ‘매우 크다’고 답한 비율은 유치원 71.4%, 초등학교 66.2%, 특수학교 63.6%, 중학교 46.4%, 고등학교 39.7% 순이었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교육활동인 현장 체험학습이 위축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 체험학습과 관련해 “교사의 법률적 책임과 면책 범위에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향후 교사 면책 범위를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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