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경영전략실 개편한 까닭은
임영록 실장 퇴임… 정용진 회장 직할 체제로

신세계그룹이 경영전략실 조직을 개편하면서 정용진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로 전환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임영록 경영전략실장이 물러나면서 향후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9일 경영전략실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영록 경영전략실장(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겸임)의 직위가 해제되고, 당분간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주요 경영 판단이 이뤄질 예정이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을 두고 그룹 내 AI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혼선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16일 미국 기업 리플렉션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최대 규모인 250MW(메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정용진 회장이 직접 참석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참석했다.
그리고 리플렉션 AI의 업무협약을 맺은지 20일째인 지난달 6일 신세계그룹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AI 커머스 도입, AI 쇼핑 에이전트 개발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챗GPT 내에서 이마트의 모든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와 배송을 아우르는 완결형 AI 커머스 모델을 2027년까지 선보이겠다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혔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오픈AI와 AI 커머스 협력을 발표한 지 11일 만에 이를 취소하고, 리플렉션AI 중심으로 협력 방향을 선회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오픈AI와 협력을 하기로 한 데 대해 리플렉션AI 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오픈AI와의 제휴 취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신세계그룹은 오픈AI와는 챗GPT 기반 AI커머스 서비스 개발을 협력하고, 리플렉션AI와는 데이터 센터 구축과 함께 상품 소싱부터 발주, 가격 책정, 물류까지 리테일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손을 잡는 이원화된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플렉션AI의 문제제기와 정용진 회장의 결단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오픈AI와의 협력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영전략실 재편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경영전략실장에서 물러난 임영록 사장은 1999년부터 29년간 신세계그룹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그룹 전략실에서 개발업무를 맡아왔으며, 2016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3년에는 조선호텔리조트 대표이사를 겸임한 바 있다.
그는 2023년 11월 경영전략실장에 선임되며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았다. 경영전략실은 그룹 계열사의 경영과 사업, 인사, 재무 등을 총괄하는 중요 직책이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기능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학 박사 출신인 그는 그룹 내 개발 전문가로 꼽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24년 신규 매장 출점 효과로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당시 매출 3701억 원, 영업이익 77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4.9%, 383.1%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오너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그러나 경영전략실장 취임 후 약 2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임 사장은 앞으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서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 시티’ 등 주요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편 임 실장이 물러난 경영전략실은 당분간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특히 정 회장이 AI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유통업계의 경쟁 심화와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SSG닷컴 등 다양한 유통 채널과 부동산 개발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 계열사 간 시너지와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조율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명근 기자 me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