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태아 산재’ 대상 인정될까?…행정재판 다음달 시작

임현경 기자 2026. 5. 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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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관계자 등이 2021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재보험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버지에게도 ‘태아산재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인 행정소송이 다음달 본격 시작된다. 태아산재법은 임신 중인 노동자가 업무 중 유해환경에 노출돼 자녀가 선천 질환을 안고 태어났을 때, 태아의 산재를 인정해 보상하는 내용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재판장 정은영)는 정모씨가 자신의 태아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을 다음달 17일 진행한다.

정씨는 삼성전자 LCD 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04년 12월~2011년 12월 약 7년간 설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정씨는 재직 중 아산화질소와 암모니아, 산화아연 등 생식독성 물질에 노출됐다. 2008년 태어난 정씨 자녀는 눈과 귀, 심장 등에 유전성 기형이 나타나는 차지증후군을 2011년 진단받았다. 이에 정씨는 2021년 근로복지공단에 태아 산재를 인정해 달라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자녀의 차지증후군은 정씨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 그러나 공단은 “태아산재법상 ‘임신 중 근로자’에 정씨가 해당하지 않는다”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해당 법은 태아 산재 적용 대상을 ‘임신 중 근로자’로 규정한다.

결국 정씨는 지난 3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번에 아버지의 태아 산재 적용에 대한 첫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공단 측은 지난달 15일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아버지는 태아 산재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씨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했다. 공단 측은 “원고(정씨)는 건강손상 자녀의 ‘아버지’에 해당한다”며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 과정에서 유해인자의 취급·노출로 인해, 출산 자녀에게 부상·질병이 발생하거나 자녀가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씨가) 현행법 적용 대상이 아님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씨 측은 “태아산재법 규정은 남성 노동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며 “입법 취지는 산업 위험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을 사회보험 체계 안에서 보호하려는 데 있다”라며 “그 위험이 어머니의 신체를 경유했는지, 아버지의 생식세포를 경유했는지는 결과의 보호 필요성에 본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태아산재법은 2022년 마련됐다. 그러나 자녀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워 ‘희망 고문’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씨의 사례처럼 아버지의 태아 산재를 법에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은 것도 입법 미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구분하지 않고 태아 산재를 인정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2024년 10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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