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1㎡ 규모 부지에는 분재 정원과 연못, 폭포, 유리온실, 야영장, 카페 등이 조성돼 있다. 정원 뒤편으로는 갯벌과 바다가 이어지고, 천사대교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와 섬 정원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물소리가 귀를 채웠다. 정원 중앙 인공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연못 위로 부서지고, 수십 년 세월을 견딘 소나무 분재들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후박나무와 금목서, 동백나무, 초화류까지 24종 이상의 식물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을 만든 최용일 대표는 49년생이다. 경북 문경 출신인 그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유통 도매업으로 평생을 보낸 뒤 은퇴 후 암태도에 정착했다. 약 45년 전 출장길에 처음 들른 암태도의 자연환경이 그의 삶을 바꿨다.
최용일 대표는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들어올 수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이곳 풍경이 잊히지 않았다”며 “언젠가는 이곳에서 나무와 꽃을 심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정원 사랑은 남다르다. 전국을 돌며 소나무와 자연석을 수집했고, 충북 단양 수몰지에서 들여온 자연석만 25t 트럭 27대 분량에 달한다. 현재는 반출이 어려운 자연석들이다.
그는 “당시에는 목포 북항에서 배를 이용해 돌을 옮겨야 했다”며 “트럭 한 대에 돌 몇 개밖에 싣지 못해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다”고 회상했다.
파인클라우드는 단순한 개인 정원을 넘어 신안 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사대교 개통 이후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목포와 광주, 수도권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카페 뒤편으로 이어지는 산책길과 원시림, 대형 그네, 식물원 등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원 중앙의 두 개 연못도 이곳의 상징이다. 겨울이면 얼음 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한 연못 바위는 두꺼비 형상을 닮아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가 되고 있다.
파인클라우드는 지난 2022년 ‘예쁜정원 콘테스트’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같은 해 민간정원으로 공식 등록됐다. 최 대표는 지금도 정원을 확장하며 새로운 공간을 구상 중이다.
그는 “암태는 분재를 키우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며 “남도의 자연과 어우러진 정원으로 꾸준히 가꿔 신안을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손길은 정원 곳곳에 남아 있다. 충북 단양에서 직접 공수한 자연석, 전국을 돌며 들여온 소나무 분재, 사계절 꽃이 이어지는 산책길까지 대부분 그의 구상에서 출발했다. 정원에는 동백과 수국, 금목서, 벚꽃나무 등이 식재돼 계절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카페 건물은 전면 통유리로 설계됐다. 실내에 앉아 차를 마시면 정원 너머 갯벌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관광객 박모(56·광주 북구)씨는 “섬 풍경과 정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외국 휴양지에 온 느낌”이라며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안군은 민간정원을 지역 관광 콘텐츠로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서는 민간정원 홍보·연계 관광 지원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미정원. 정원 뒤로 바다가 보인다. (사진=김준원 기자)
지난 2023년 6월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최용일 대표에게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22호' 인증패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안군)
지난 2023년 6월 7일 진행된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22호' 인증식에서 박우량 신안군수는 “파인클라우드가 신안군 민간정원의 첫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섬마다 특색 있는 민간정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신안군의 입장은 있겠지만 박우량 전 군수의 개원 인증식 때의 약속이 늦게라도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해남 최초의 민간 사립수목원인 '해남 4est 수목원'은 2019년 문을 연 이후 지금은 연간 약 10만명이 찾는 남도 대표 정원 관광지로 성장했다. (사진=김준원 기자)
해남 포레스트 수목원의 사진 촬영 포인트다. (사진=김준원 기자)
매년 5~6월이면 해남 포레스트 수목원은 수국 바다로 변한다. (사진=포레스트)
포레스트 수목원을 조성한 김건영 원장은 식물학 전공자로 "수목원 하면 다들 망한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식물이라 했다”고 밝혔다. (사진=김준원 기자)
■ 초여름이면 수국 바다로 변한다, 연간 10만명 찾는 해남 ‘4est 수목원’
신안의 '파인 클라우드' 정원이 ‘바다와 섬의 여백’을 품고 있다면, 해남의 ‘4est 수목원’은 숲의 깊이를 닮아 있었다.
전남 해남군 현산면 봉동마을. 두륜산 자락 숲길을 따라 들어서자 짙은 편백 향과 초록 숲 사이로 푸른빛 수국 물결이 펼쳐졌다. 여름이면 전국 사진작가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해남 ‘4est 수목원’이다.
숲(Forest)에 별(Star), 기암괴석(Stone), 이야기(Story), 배움(Study)이라는 4개의 의미를 담은 이 수목원은 해남 최초의 민간 사립수목원이다. 2019년 문을 연 이후 지금은 연간 약 10만명이 찾는 남도 대표 정원 관광지로 성장했다.
약 6만평 규모 숲에는 1400여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특히 수국정원은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8000여평 부지에 250여종, 9000여 그루 수국이 심겨 있어 6월이면 숲 전체가 파랑과 보라, 분홍빛으로 물든다.
매년 열리는 ‘땅끝해남 수국축제’ 기간에는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SNS에서는 ‘인생사진 명소’로 입소문이 이어진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수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면 억새와 팜파스그라스가 장관을 이루는 그라스정원, 대국과 소국 150여종이 피어나는 국화정원, 멕시코 국화로 불리는 다알리아원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약초원에는 감초와 구기자, 당귀, 천문동 등 50여종 약용식물이 자라고, 향기원과 유실수원, 무늬식물원까지 이어져 작은 식물백과를 걷는 느낌을 준다.
수목원을 조성한 김건영 원장은 식물학 전공자다. 그는 한때 실업의 시간을 겪으며 수백 권의 책을 읽은 끝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식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전국 수목원을 찾아다니면 대부분 ‘수목원 하면 망한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희귀식물과 자생식물을 지키는 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4est 수목원은 최근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부터 ‘국가 희귀·특산식물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대흥란과 좀비비추 등 희귀·특산식물 85종을 보전하고 있으며 산림생명자원 관리기관 역할도 수행 중이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원래 있던 숲을 최대한 살렸다는 점이다. 삼나무와 편백 숲 아래 이어진 무장애 산책로에는 유모차와 휠체어도 자유롭게 오간다.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수국 향기가 뒤섞이고, 곳곳의 포토존에서는 관광객들의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김건영 원장은 “꽃을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에게 쉼과 위로를 주는 숲을 만들고 싶었다”며 “계절마다 다시 찾고 싶은 수목원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