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유적지가 놀이터로…가족 관광객으로 북적인 연천군 전곡리

이대현 기자(lee.deahyun@mk.co.kr), 이상헌 기자(mklsh@mk.co.kr) 2026. 5. 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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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연천 구석기축제 르포
사냥·채집체험 등 놀거리 가득
대형 화덕서 고기 구워먹기도
전곡시장 등 인근 상권도 북적
연천 구석기 축제. [연천군]
5월 황금연휴의 초입인 3일 오전,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경기 연천군 전곡리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들뜬 표정의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관광열차 승객들이 전곡역에 내리자마자 축제장으로 향했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출발한 전용 관광버스도 속속 도착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손에는 돗자리와 모자, 아이들의 손에는 석기 모양 장난감이 들려 있었다.

제33회 연천 구석기축제는 올해도 ‘체험형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행사장 곳곳을 직접 보고, 만지고, 먹고, 뛰어노는 공간으로 채웠다. 국내 대표 선사문화 축제답게 단순히 무대를 보는 행사가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구석기인이 되어보는 참여형 콘텐츠가 중심이었다.

“줄 서는 대신 예약부터”…스마트해진 구석기축제
연천 구석기 축제. [연천군]
행사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QR코드 안내판이었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찍어 인기 프로그램 예약 현황과 대기 시간을 확인했다. 이른바 ‘스마트 줄서기’ 시스템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는 특히 반응이 좋았다.

서울 노원구에서 왔다는 30대 방문객 김모 씨는 “예전 축제는 인기 체험마다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이번엔 예약하고 다른 곳을 둘러볼 수 있어 훨씬 편하다”며 “아이랑 함께 움직이기 좋다”고 말했다.

과거의 문화를 다루는 축제지만 운영 방식은 오히려 최신식이었다. 선사시대와 디지털 기술이 묘하게 공존하는 풍경이었다.

오전 11시가 지나자 행사장 중앙 체험존은 가장 활기를 띠었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구석기 올림픽’ 구역이었다. 매머드사냥 줄다리기, 채집 체험, 생존 게임 등 몸을 움직이는 프로그램마다 환호성이 이어졌다.

줄다리기 줄을 잡은 아이들은 “영차!”를 외치며 온몸으로 줄을 당겼고, 부모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남겼다. 아이들에게는 놀이였지만,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남기는 시간이었다.

활쏘기 체험장도 인기를 끌었다. 화살이 과녁에 맞을 때마다 주변에서 박수가 터졌고, 몇몇 아이들은 “한 번만 더!”를 외치며 줄을 다시 섰다.

연천군 관계자는 “연천 구석기축제는 보는 축제보다 직접 체험하는 축제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아이들이 역사 공부를 했다는 생각보다 신나게 놀았다는 기억을 갖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덕 앞 긴 줄…“냄새 따라 왔어요”
연천 구석기 축제. [연천군]
점심시간 무렵 가장 긴 줄은 무대 앞이 아니라 먹거리 구역에 있었다. 대표 프로그램인 ‘구석기 바비큐’가 열리는 대형 화덕 앞이다. 숯불 향이 행사장 전체로 퍼지자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췄다.

직원들이 큼직한 고기를 화덕에서 굽자 아이들은 “진짜 원시인처럼 먹는 거냐”고 물었고, 부모들은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한 방문객은 “아이 때문에 왔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더 신난다”며 “체험도 하고 먹거리도 있어서 하루 종일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유명 셰프가 참여하는 ‘구석기 흑백 바비큐 미식전’ 일정까지 겹치며 먹거리존 열기가 더 뜨거웠다.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미식 콘텐츠까지 더한 모습이었다.

“전곡리안 서바이벌”…가족들이 한 팀이 되다
오후 1시, 주무대 앞 잔디광장에서 대표 프로그램 ‘전곡리안 서바이벌 : 전곡 쌍코뿔이 레이스’가 시작되자 관람객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특수 제작된 쌍코뿔이 모형을 밀고 달리는 가족 대항전이다.

아이와 부모가 한 팀이 되어 넘어지고 웃고 다시 뛰는 모습에 관중석에서는 웃음과 응원이 쏟아졌다. 우승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뛰는 경험이었다.

경기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은 숨을 헐떡이며 “아빠가 더 느렸다”고 말했고, 옆에 있던 아버지는 “집에 가서 다시 연습해야겠다”며 웃었다.

이 프로그램은 연천 구석기축제가 왜 가족형 축제로 평가받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장면이었다.

축제장 한편의 ‘세계구석기 체험마당’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대만 등 해외 기관이 참여해 각국의 선사문화를 소개했다.

조개 공예, 석기 제작, 낚시 체험 등 부스마다 언어는 달라도 ‘먼 과거를 체험한다’는 공감대가 이어졌다. 지역 축제가 국제 교류의 장으로 확장된 셈이다.

“축제장만이 아니다”…도시 전체가 들썩
연천 구석기 축제. [연천군]
전곡역과 전곡시장, 인근 상권도 축제 특수를 누리는 분위기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마다 대기 줄이 생겼고, 카페와 편의점에도 손님이 이어졌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재인폭포와 전곡선사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지역 상인은 “축제 기간은 평소 주말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손님이 늘어난다”며 “연천이 그냥 지나치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관광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행사장 내 홍보관에서는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 유치 홍보도 함께 진행됐다. 인구 4만 명 규모의 접경 소도시가 세계적인 선사문화 도시를 꿈꾸는 구상이다.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펫파크에서는 크고 작은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활기를 더했다. 반려견 상담소도 운영됐고, 부스에서는 강아지용 아이스크림과 수제 간식 등이 판매돼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이날 축제를 찾은 이서현 씨는 “처음으로 구석기축제에 왔는데 앞으로 매년 찾게 될 것 같다”며 “강아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 뜻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연천 전곡리 유적은 1978년 주한 미군 병사 그레그 보웬 씨가 우연히 주먹도끼 4점을 발견하면서 30만 년 전 동아시아에도 타제석기(깬 석기)인 주먹도끼 문화가 존재했음이 입증되면서 세계적 유적지가 된 곳으로, 연천군은 1993년부터 매년 어린이날을 즈음해 축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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