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언제까지 연체 기록만 볼건가, 대출 구성 흔들어야”

박상기 기자 2026. 5. 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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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연달아 3편 글, 대출 제도 집중 비판
“대통령의 ‘왜 절박한 사람이 비싼 이자?’...심장 찌르는 질문”
“대출 승인과 거절, 이분법적 칼날로 사람 인생 잘라내“
“나는 잔인한 시스템 작동시킨 명백한 공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의 이재명 대통령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일부터 3일까지 페이스북에 연달아 올린 3편의 글에서 신용 등급이 높은 사람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은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집중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의롭지 않고, 잔인한 금융’이라는 지적에 공감하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실장은 “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작동시키고, 정당화해 온 사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명백한 공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을 바꾸고,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1일 오후 10시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며 이 대통령의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합니까, 거꾸로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때부터 대출 구조를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작년 9월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사람 대출이 더 비싸다. 너무 잔인하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의 질문을 듣고) 처음엔 헛웃음이 났다. 신용의 기본을 모르시는 질문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하지만 그 질문은 틀린 게 아니었다”며 “신용의 기본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당연시해 온 그 ‘전제’의 심장을 찌르는 질문이었다”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오른쪽), 전은수 대변인(왼쪽)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안에서 회의실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김 실장은 문제의 원인으로 금융권이 개인에 설정하는 ‘신용 등급’을 지목했다. 김 실장은 “신용 등급은 철저히 과거만 본다.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점수가 아니라 구조”라며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그가 더 위험한 인간이라서 높은 금리를 내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그를 ‘위험한 집단’으로 묶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래 상환 능력을 배제하고 현재의 조건과 과거 이력만으로 등급을 설정하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2일 오후 2시에 올린 두 번째 글에서 현행 대출 제도가 중간 단계의 신용도를 갖춘 개인 대부분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를 ‘중간이 뻥 뚫린 도넛’ ‘중간 계단이 빠져 끊어진 사다리’에 비유했다.

김 실장은 “오직 우량과 불량, 승인과 거절이라는 이분법적 칼날로 사람의 인생을 잘라 낸다”며 “삶의 위험은 완만한 오르막인데, 금융이 내놓는 답안지는 중간 계단이 통째로 빠져버린 끊어진 사다리”라고 했다.

김 실장은 3일 오전에 올린 세 번째 글에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로 은행이 중간 단계나 낮은 단계의 신용을 가진 사람에게 대출을 ‘회피’하는 구조를 흔들어야 한다며 “특정 구간을 비워 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은행은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 회의에서 김성식 부의장(가운데)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범 정책실장./연합뉴스

둘째로는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며 “낡은 신용 평가라는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로는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흐르지 않는 서민 금융 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며 “유동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민금융 주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국 금융을 거대한 성채에 비유하며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을 향해서도 “혹시 건전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결과적으로 기득권을 더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해온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만든 이 구조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잔인한 금융의 시대를 넘어, 연결된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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