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18민주화운동 당시로 복원한 옛 전남도청, 현판만 ‘복제품’···왜?

강현석 기자 2026. 5. 3. 15: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복원 마치고 오는 18일 정식 개관 예정
원본 현판은 무안 도청 수장고에 보관 중
1980년 5·18당시 모습으로 복원돼 오는 18일 개관하는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정문에 복제된 현판이 설치돼 있다. 당시 걸려있던 원본 현판(오른쪽)은 2005년 전남 무안으로 이전한 전남도청 수장고에 보관중이다. 강현석 기자·전남도 제공.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 개관을 앞둔 옛 전남도청에 걸린 현판이 원본이 아닌 복제품인 것으로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민주화운동 당시 총탄이 스친 원본 현판은 현재 전남 무안으로 이전한 새 전남도청에 보관 중이다.

동판으로 제작된 현판은 현재 복원된 옛 도청 정문 오른쪽 기둥에 설치돼 있다. 초록색 바탕에 한글 세로쓰기로 ‘전라남도청’이라 적었다. 현판 곳곳에는 총알이 스친 자국을 살리기 위해 움푹 패인 자국을 그대로 남겼다. 하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원본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복원 공사 완료를 앞두고 지난해 ‘원본’을 본떠 복제 현판을 만들었다.

원본은 현재 전남도청이 보관 중이다. 전남도는 지난 2005년 11월 무안에 신청사를 지어 이전하면서 광주의 옛 도청 건물에 있던 현판을 떼어갔다.

옛 도청 부지를 넘겨 받은 정부는 이곳에 아시아문화전당(ACC)을 짓고 2015년 개관까지 했지만 민주화 항쟁의 중심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반발이 거세자 2019년 원형 복원을 결정, 올해 초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판은 원본이 아닌 복제품을 만들어 걸었다.

원본 현판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1980년 5·18 당시 옛 도청 정문에 있던 현판에는 계엄군이 발사한 총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현판의 함몰된 1곳은 소총이나 권총에서 발사된 총알의 흔적으로 판명됐다.

복제된 현판이 5·18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원된 청사에 설치된 현판은 바탕색이 초록색이지만, 46년 전 현판 본래의 색은 짙은 청색 계열로 색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1989년 현판 보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바탕색이 바뀐 것으로 추정했다.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관계자는 “원본 현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방정부의 소유인 만큼 이관 요청 등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판이 원형 복제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5·18 당시 현판 바탕색은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는 “(원본 현판은) 5·18 당시를 모두 지켜봤다”면서 “문화재 복원 대원칙에서 보면 복원된 옛 도청에 원형 현판을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판으로 제작된 현판의 재질상 훼손 우려도 크지 않다”며 “원본을 수장고에 두고 복제품을 걸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복원된 옛 도청은 5·18 제 46주년 기념일인 오는 18일 정식 개관한다. 이날 정부 주관 기념식도 도청 앞에서 열린다. 옛 도청은 앞으로 전시 및 추모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