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포스트 버핏' 시대 서막 열었다 … "시장의 혼란은 우리의 기회"
590조 보유한 준비된 리더… 구체적인 '잠재적 투자 리스트' 확보
"AI를 위한 AI는 없다"… 거품 대신 실리 택한 버크셔의 실용주의
"자회사 분할 불가"… 구조조정설 일축, 복합기업 효율성 승부수
현장 참석한 버핏, 초단기 옵션 거래에 "투자도 투기도 아닌 도박"
워런 버핏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투자 제국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의 새로운 수장이 된 그레그 에이블(사진) 최고경영자(CEO)가 '포스트 버핏' 시대의 서막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95세의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자 노련한 스승 버핏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이블은 버핏의 철학 계승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의 격변을 기다리며 590조원이라는 막대한 현금 실탄을 장전한 준비된 리더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연례 주주총회 투자자 행사에서 에이블은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언제일지 모를 시장의 격변을 예고하며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시점이 3년 후인지 2년 후인지 알 수 없다"면서도 "시장에는 우리가 행동에 나설 기회를 열어줄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폭풍을 수익의 기회로 바꾸겠다는 공격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에이블의 이러한 배짱은 버크셔가 보유한 압도적인 자본력에서 기인한다.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 3월 말 기준 3970억달러(약 59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에이블은 단순히 돈을 쌓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적절한 가격이 형성될 경우 지분 일부나 전체를 통째로 매수할 구체적인 '잠재적 투자 리스트'를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서도 에이블은 철저히 버크셔다운 실용주의적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철도 자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등 일부 사업 부문의 AI 도입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AI를 위한 AI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시점에서 우리는 AI를 사업에서 논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실질적인 수익이나 효율성 개선이 담보되지 않는 유행성 투자는 지양하겠다는 선언으로, 기술의 화려함보다 본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버크셔의 혈통을 입증한 대목이다.
그는 여러 사업 부문을 거느린 버크셔의 거대 지배구조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의구심을 일축했다. 자회사 사업 분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절대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에이블은 "우리는 복합기업이지만 효율적인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분산된 사업체들이 버크셔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는 시너지와 효율성이 여전히 강력함을 피력했다.
이날 행사장 첫 줄에서 에이블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버핏은 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버핏은 현장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를 가리키며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그의 업적을 계승해야 한다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혁신가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수성한 팀 쿡처럼 에이블 역시 자신의 거대한 유산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비유였다.
한편, 이번 주총은 에이블의 등판과 함께 버핏의 쓴소리가 어우러진 자리였다. 버핏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금융시장을 '카지노 옆의 교회'에 비유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사람들은 교회와 카지노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데, 카지노가 매우 매력적으로 변해버렸다"며 투기 열풍에 휩싸인 시장을 경고했다.
특히 만기 하루짜리 초단기 옵션 거래에 대해 "투자도 투기도 아닌 도박"이라 규정하며 "지금처럼 사람들이 도박 심리에 빠져 있는 때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버핏은 현재를 신규 투자를 하기에 전혀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진정한 투자의 결정적 순간은 시장이 공포에 질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라고 정의했다.
과거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 불리던 주총의 축제 분위기는 버핏의 연설 생략으로 다소 차분해졌지만, 그 빈자리는 에이블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준비된 전략으로 채워졌다. 이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버핏의 혜안을 손에 쥔 에이블이 언제, 어느 기업을 향해 590조원의 현금을 투입할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의 혼란을 숙명처럼 기다리는 에이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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