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64일째…호르무즈 봉쇄 속 꺼지지 않는 상황실, 지워진 아빠 얼굴[세종백블]
한국 선박 26척·선원 160명 해협에 발 묶인 상태
과로에도 복귀…24시간 비상 대응 이어져
해수부 “직원도 귀가 못하지만, 선원 상황 더 어려워”
![3일 일요일 새벽 3시께, 부산 해양수산부 청사 전경. 총 20층 건물 중 11층 상황실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사진=해수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53220260zyrt.jpg)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유치원에서 그린 가족 그림에 아빠 얼굴이 없더라고요.”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 A사무관이 비상 근무 상황을 설명하며 꺼낸 이 한마디는 현장의 상황을 보여준다.
![유치원에서 그린 가족 그림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훼손된 장면을 표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53220666vris.jpg)
긴박함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과로로 병원을 찾았던 해수부의 한 국장은 링거 치료 중 긴급 상황이 발생하자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충돌이 격화된 이후 64일째를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면서 해수부 상황실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항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최우선은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이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봉쇄와 미국의 재봉쇄가 이어지며 통항이 사실상 제한된 상태다. 해협 내에는 한국 선박 26척이 머물러 있고, 한국인 선원 123명과 외국 선박에 승선한 한국인 37명 등 총 160명이 해협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수부 비상대책반은 상황 발생 이후 대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상황점검회의와 수시 보고가 이어지면서 근무 시간의 경계는 흐려졌고, 주말과 평일의 구분도 사실상 사라졌다.
상황실에서는 해협 인근에 머물거나 통과 중인 우리 선박의 위치와 항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선원들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선사와 연락을 유지하며 운항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특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피습 가능성, 해적 활동 등 위험 요인이 발생할 경우 관련 정보가 즉시 공유되고 대응 방안이 검토된다.
해수부 해운물류국 B주무관은 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대부분 집이 아닌 상황판 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에 집에 간 날이 많지 않습니다.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해협에 발이 묶인 선원들을 생각하면 업무를 우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비상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해수부의 한 담당관은 호르무즈 대응 업무에 투입된 상황에서 자녀가 하교 중 길을 잃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한된 통화 속에서 아이의 위치를 확인해야 했고, 이후 아이는 지나가던 시민의 도움으로 무사히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교 중 길을 잃은 어린이의 상황을 표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53220955ghgd.jpg)
부산 이전 이후 서울·세종·부산을 오가며 근무하는 직원들은 장거리 이동과 비상근무가 겹치며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일부 직원은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면 시간을 줄인 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해운물류국과 해사안전국 직원들 사이에서는 3월 이후 이어진 비상근무로 사실상 집에 들르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계절이 바뀌며 옷을 챙기기 위해 잠시 들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황실과 사무실을 오가며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출항한 우리 선박이 홍해 우회 항로에 진입하자 상황실은 대응 수위를 높였다.
위험 구간 진입 시점이 가까워지자 항적 화면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이 집중됐다. 선박의 이동 속도와 항로, 주변 상황이 실시간으로 확인됐고 부처 간 정보 공유도 이어졌다. 선박이 위험 구간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상황실의 긴장은 계속됐다.
![해수부는 지난달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적재한 우리 선박이 홍해 항로를 따라 안전하게 항해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홍해를 이용한 첫 원유 수송 사례다. [사진=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53221231zpnb.jpg)
4월 17일, 해당 선박은 홍해 우회 항로를 안전하게 통과해 원유를 싣고 국내로 향했다. 이어 5월 3일 오전10시 기준 두 번째 우리 선박도 같은 항로를 무사히 통과해 현재 국내로 운송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항해 안전정보를 제공하고 선사·선박과 실시간 소통을 유지하며 대응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3일 우리 선박 한 척이 홍해를 안전하게 통과해 현재 국내로 원유를 운송 중이라고 밝혔다. [해수부·Gemini]](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53221485fonq.png)
현장에서는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해협 인근 선원은 “해수부가 하루 여러 차례 위험 정보와 항로 상황을 공유해 대응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상황이 수시로 변하는 가운데 정부가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운영 리스크 관리에 참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동 정세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원유 수급과 해상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선박과 선원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4시간 상시 운영되는 해수부 비상대책반 상황실 내부 모습. 관계자들이 선박 위치와 항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사진=해수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ned/20260503153221801etwl.jpg)
상황실의 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어린이날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만, 누군가는 다시 상황판 앞에 선다. 우리 선박이 항만에 무사히 들어오고, 선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는 이들의 하루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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