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내용연수는 2년, 자켓은 3년”...‘세탁 사고’ 배상기준에 소비자 불만 빗발

최진규·최윤호 2026. 5. 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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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두 번 아껴 입는 행사복인데, 내용연수가 다했다니 어이가 없네요."

이같이 세탁 사고로 인한 배상을 받을 때, 구매가를 기준으로 한 배상비율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기준'에 따른다.

세탁업체 측은 "(A씨의 세탁물은) 본래 하복으로 분류되지만, 보다 높은 배상비율 책정을 위해 춘추복으로 분류했다"며 "이 기준은 업체가 정한게 아니라 소비자원 기준에 따른 것이라 어쩔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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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류 4년 등 획일적 기준 논란
120만원 고가의류 배상 비율 30%
"열 번도 안 입었는데 불합리" 지적
소비자 분쟁 세부기준 손질 필요
세탁소 자료사진. (기사와 관계 없음) 최진규기자

"1년에 한두 번 아껴 입는 행사복인데, 내용연수가 다했다니 어이가 없네요."

수원시 권선구의 한 프랜차이즈 세탁업체에 구매가격 120만 원 상당의 정장 상·하의를 맡겼던 A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지었다.

그가 세탁을 맡긴 고가의 흰색 정장에 검은 먹물 자국이 튀는 '세탁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상복구가 불가능해졌지만, 새것이나 다름없는 A씨의 정장에 책정된 배상비율은 고작 30%에 불과한 35만 원가량에 그쳤다.

A씨는 "고가의 브랜드 의류를 구매할때, 누구나 오래 아껴 입으려는 마음인 것은 상식이 아닌가 한다"며 "5년간 매일 입은 옷과 5년간 열 번도 안입은 옷의 배상기준이 같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의 한 세탁소에서 세탁 사고로 원상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정장 상·하의 중 하의의 모습. 원래 무늬가 없는 디자인의 흰색 바지에 검은 먹물로 얼룩이 졌다. 사진=독자 제공

이같이 세탁 사고로 인한 배상을 받을 때, 구매가를 기준으로 한 배상비율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기준'에 따른다. 해당 기준에서는 각 의류 품목별 내용연수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내용연수가 지나치게 짧게 설정돼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기준 상 의류 품목별 내용연수는 ▶셔츠류 2년 ▶정장류 4년(하복은 3년) ▶스커트·바지류 4년(하복은 3년) ▶코트류 4년 ▶스웨터 3년 ▶청바지 4년(특수워싱 3년) ▶작업복 2년 ▶학생복 3년 ▶한복류 4년 등이다.
세탁업 소비자분쟁기준 상 배상비율표, 배상금액은 물품구입가격×배상비율에 따른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이같은 획일적인 기준 내용연수가 소비자의 사용 습관 등에 따라 모두 다른 의류의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자, 이로 인한 분쟁 상담사례도 매년 약 1만여 건가량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1372(소비자 상담전화)에 접수된 지난 3년간 세탁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분쟁 상담은 전국 기준 3만여 건(2023년 9천829건, 2024년 9천583건, 2025년 9천404건)에 달하며, 해마다 상담건수의 30% 이상은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섬유제품(양복·모피·가죽 의류) 구매 관련 소비자분쟁 상담건수가 1만7천여 건인 점과 비교하면 세탁 사고의 보상을 두고 발생하는 분쟁이 의류 구매보다 2배 가량 잦은 셈이다.

A씨의 경우 사용일수 1천450일에 내용연수 4년을 적용한 배상비율 30%가 책정됐다. 옷의 상태를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율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세탁업체 측은 "(A씨의 세탁물은) 본래 하복으로 분류되지만, 보다 높은 배상비율 책정을 위해 춘추복으로 분류했다"며 "이 기준은 업체가 정한게 아니라 소비자원 기준에 따른 것이라 어쩔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런 상황에 맞춰 고가품 특례기준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현행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분쟁 해결 기준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불리하거나 억울한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착용 횟수나 제품 가격 등 실제 사용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부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진규·최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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