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피곤한 건 ‘세포 발전소’ 고장 탓 

박선영 한국의료재단 가정의학과 전문의 2026. 5.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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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피로의 해답은 미토콘드리아…에너지 생성 시스템을 살려야
전략적 영양·간헐적 단식·존2 운동…세포 활력 되살리는 3가지 처방

(시사저널=박선영 한국의료재단 가정의학과 전문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루 종일 피곤해요." "머리가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 먹는데 왜 이렇게 체력이 바닥일까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10년 넘게 5만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며 가장 자주 들었던 호소다. 

놀랍게도 이 질문들은 몇 년 전 필자 스스로에게 던졌던 것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조금 무리해도 금세 회복됐지만, 출산 이후의 변화는 충격적이었다. 급격히 늘어난 체중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아무리 노력해도 피로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의사로서 직접 검사를 해봐도 수치는 '정상' 범위였고, 식단 조절과 운동량을 늘려도 몸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Google Gemini 생성이미지

1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공복 유지

그때 깨달았다. 우리 몸의 에너지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단순히 연료(음식)를 더 공급하거나 엔진(운동)을 가동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성 피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핵심 시스템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물론 모든 피로를 미토콘드리아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피로가 지속된다면, 에너지 생성 시스템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우리 몸의 '엔진'을 심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활동하고 생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곳은 세포 하나하나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다. 우리 몸의 약 37조 개 세포는 에너지를 미리 넉넉하게 저장해 두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순간마다 세포 안의 '소형 발전기'인 미토콘드리아를 가동해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생산하고 즉시 소비하는 방식을 취한다.

만성 피로를 겪는 사람들의 문제는 연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현대인의 몸에는 탄수화물과 지방 같은 에너지원이 차고 넘친다. 문제는 연료의 양이 아니라, 이를 필요한 곳에서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는 '발전소의 연비'가 떨어진 데 있다.

발전소의 성능이 떨어지면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첫째,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뇌와 심장, 근육에서부터 '정전' 신호가 나타난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한 '브레인 포그'나 근력 저하,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이유다.

둘째, 고장 난 발전소에서 매연이 발생하듯 활성산소라는 찌꺼기가 과도하게 생성된다. 이 물질은 주변 세포와 DNA에 손상을 주고 염증을 유발해 노화를 촉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장 건강과 직결된다. 장 상피세포는 3~5일마다 새롭게 교체되는데, 이 과정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발전소가 고장 나면 장 상피세포의 재생과 장벽 유지 기능이 떨어지고, 장 투과성이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약해진 장벽 사이로 유해 물질이 침투하면 전신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한다. 결국 피로는 단순한 기력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방어선이 무너진 신호인 셈이다. 

다행히 미토콘드리아 기능은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필자가 직접 체험하고 환자들에게 제안하는 '세포 활력 전략'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전략적 영양 공급'이다. 즉 단순당을 줄이고 '양질의 연료'를 채우는 것이다. 설탕이나 흰쌀밥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발전소에 연료를 한꺼번에 쏟아부어 과부하를 일으키고 활성산소를 폭증시킨다.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통곡물을 선택해 혈당을 안정시켜야 한다. 또 미토콘드리아가 원활하게 기능하려면 비타민B군과 마그네슘이 필수다. 비타민B군은 에너지 대사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총괄관리자이고, 마그네슘은 생성된 에너지가 실제로 사용되도록 결재하는 승인자 역할을 한다. 여기에 항산화 물질인 '코엔자임 Q10(코큐텐)'을 곁들이면 활성산소라는 매연을 중화해 세포막을 보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간헐적 단식', 즉 세포의 '자가 청소'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우리 세포는 약간의 결핍 상태에서 오히려 기능이 강화되는 특성이 있다. 이를 호메시스라고 한다. 일정 시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세포는 생존을 위해 미토파지라는 '청소 로봇'을 가동한다. 낡고 병든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고 새로운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촉진한다. 예를 들어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공복을 유지하는 '16:8 간헐적 단식'은 직장인도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세포 재생법이다.

세 번째는 '존2(Zone2) 운동'으로, 지방을 태우는 고연비 엔진을 만드는 것이다. 존2는 운동 강도를 5단계로 나눴을 때 2단계(중등도)를 의미한다. 운동은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해 활성화하고 수를 늘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특히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중등도 강도(최대 심박수의 60~70%)를 유지하는 존2 운동을 추천한다. 이 강도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훈련되며, 에너지 생산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인다. 꾸준한 유산소운동은 잠자던 세포 엔진을 마라톤 선수와 같은 지구력의 화신으로 바꿔놓는다. 

뇌의 보상 회로를 이기는 식습관의 지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의지력 부족보다는 뇌의 보상 체계와 관련이 있다. 자극적인 고당분 음식은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즉각적인 쾌감을 유도한다.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이러한 보상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토콘드리아의 과부하를 부른다.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실패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보다 점진적인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은 뒤 느껴지는 소화의 편안함이나 맑아진 정신 같은 긍정적 신체 변화에 집중하면 뇌는 이를 새로운 보상 신호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뇌의 보상 회로가 재편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활력을 얻을 수 있다. 

피로는 단순히 의지 부족이나 나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작은 발전소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SOS)다. 지금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점검해 보자. 충분히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거나, 오후가 되면 급격히 기력이 떨어진다면 이미 세포의 '저전력 모드'가 시작된 것이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많은 이가 재테크를 떠올리지만, 정작 돌아봐야 할 것은 세포 건강을 소홀히 했던 시간이다. 재테크만큼 중요한 것이 '세포 테크'다. 

박선영 한국의료재단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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