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언론사주가 되는 세상의 그늘
[비평] MBC '스트레이트-난립하는 언론, 무너진 신뢰' 편 "헌정질서 위협까지 언론자유라는 미명 아래 유포"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달 27일 방송된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난립하는 언론, 무너진 신뢰' 편은 하루 만에 누구나 언론사주가 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그늘을 보여줬다.
지난해 말 한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한 인터넷신문에 나왔다. 그런데 오보였다. 해당 기업에서 항의하자 해당 신문 편집국장은 되려 협찬을 요구했다. 결국 수백만 원의 돈을 쥐어줬다고 한다. MBC는 이 같은 사례를 취재한 뒤 “악의적인 기사를 쓴 다음 기업이나 기관이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면 돈을 요구하는 수법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기업의 홍보팀 직원은 MBC에 “신생 인터넷 매체 같은 경우는 (요구액이) 100만 원, 200만 원, 300만 원 다 다르고 치명적인 약점을 잡았다면 신생 언론사라고 해도 500만 원, 100만 원 단위까지도…”라며 기사 거래 실태를 폭로했다. MBC는 “각종 언론이 난립하면서, 기업과 기관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매체는 수백 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26년 5월2일 기준 언론사 개수는 무려 2만4974개다. MBC는 “최근에는 사실상 한 명의 소유주 또는 하나의 법인이 쪼개기식으로 여러 개의 언론사를 세우는 경우도 많아졌다. 광고비를 더 많이 따내기 위해서”라며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언론사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실제 한 사람이 언론사 수십 개씩을 소유한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언론사 설립 절차가 얼마나 간단한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인터넷신문을 만들어 등록하는 장면도 보여줬다. 15만 원으로 인터넷 도메인을 구매하고, 다른 언론사 기사 10개를 복사해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서울시 마포구 한 빌라를 사무실 주소지로 쓴 다음 서울시청에 방문해 언론사 등록 신청을 하는 데까지 반나절이 걸렸고, 바로 다음 날 언론사 등록증이 발급됐다.
MBC는 한국의 언론사 등록제를 두고 “언론의 진입 장벽을 낮춰, 국민 누구나 자유로운 비판과 언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기사로 광고를 거래하는 폐단이 일상화되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주장까지 언론자유라는 미명 아래 마구 유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사 등록제가 없었다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유포한 스카이데일리부터 내란을 옹호한 전한길뉴스 같은 곳이 '언론' 행세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수년 전엔 '삼성 기자' 사건도 있었다. 2020년 당시 삼성전자 상무가 국회에서 원활한 대관 업무를 위해 인터넷 신문사를 차린 다음 출입기자증을 이용해 국회를 드나들었다. 출입기자증 발급제도를 악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대관 행위에 나선 사건이었는데, 언론사 등록제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었다. 최근 불거진 언론계 선행매매 사건에선 기자가 직접 매체를 만들어 '주가조작용 기사'를 송고한 정황까지 드러났는데, 역시 등록제를 악용한 대목이다.
학계에서는 지자체에서 언론사 등록증을 주는 행위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독재 정부처럼 허가제로 갈 순 없지만, 지금처럼 등록제를 유지한다면 이로 인한 폐단도 적지 않다는 우려 탓이다. 결국 한국 사회는 독버섯처럼 퍼지는 사이비 언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협찬을 갈취하기 위한 뉴스, 헌정질서 파괴를 정당화하는 뉴스의 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하루 만에 언론사주가 되는 세상의 그늘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언론사라는 타이틀은 너무나 얻기 쉽지만, 언론으로서의 책임은 너무나 쉽게 버릴 수 있는 구조다. 언론계와 국회를 포함한 시민사회는 △포털의 입점 및 퇴출 기준 엄격화 △신문윤리위원회·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 자율심의기구 권한 강화 △매체 신뢰도와 영향력을 지표화해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방안 등 언론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열어놓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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