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다국적군 vs 美 MFC…韓 "호르무즈 실질 기여" 변수는 '종전'

김기성 기자 2026. 5. 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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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협상 지지부진 속 美 주도 호르무즈 개방 구상 대두
美, 협상 우위 위해 동맹 압박…韓, 종전 이전 군사 개입 어려워
호르무즈 해협 지도 일러스트. 2026.03.2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미국이 이란 공습 이후 지지부진한 종전협상 속에서 국제사회에 호르무즈 해협 상선 항해를 위한 '해양자유구상'(MFC)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을 전제로 한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국 참여 문제를 주요국들과 논의해 온 상황에서 미국의 MFC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위한 '실질적 기여'를 언급한 만큼,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란과의 관계, 국제사회의 대미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종전'이라는 전제가 충족되기 전까지 신중한 접근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호르무즈 개입 한번 거부당한 美…지지부진 종전협상 속 재차 동참 제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각국 주재 대사관에 MFC 참여를 주재국 정부에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MF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항행을 위해 참가국 간 정보공유와 외교조율, 대이란 제재 등을 추진하는 연합체다. MFC에서 미 국무부는 외교를,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각국 군사 당국 간 정보 공유를 각각 조율할 전망이다.

미국의 MFC 구상은 국제사회를 향한 참여 요청이 한차례 사실상 거부당한 이후 재추진되는 것이다. 지난 3월 이란 공습 당시 제안된 구상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및 종전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시 제시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또 미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동참도 요구했다. 하지만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과 호주 등은 파병 불가 입장을 공식화했고, 한국은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7일 2주 휴전에 들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연장을 선언하면서 중동에서 포성은 멈췄다. 하지만 한 달째 종전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로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배제·종전 전제' 英·佛 다자체 vs 종전협상 우위·동맹 압박 美 MFC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당사국인 미국을 배제한 채 종전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한편,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위한 다자 협력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3월 26일 35개국 군 수장이 참여한 화상회의를 열었고, 영국은 지난달 2일 40여 개국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양국은 지난달 17일 4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위한 외교·군사협력 방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MF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소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 종전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구상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1차 종전협상이 무산되자 해군 함정을 투입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한 기뢰 제거에 나서는 한편, 호르무즈의 모든 선박을 통제하는 '역봉쇄' 조치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봉쇄를 통한 원유 수출 저지 등 경제 압박이 종전협상에서 이란의 봉쇄 해제 등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그는 역봉쇄가 "폭격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행사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30. ⓒ 로이터=뉴스1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군 철수와 관세 문제를 잇달아 거론하는 것도 봉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동맹국 압박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과 관련한 기자 질문에 "그들이 정확히 우리 편에 서 있지는 않았다. 아마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스페인은 완전히 형편없었다. 그들은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미 국방부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3국은 미국이 이란 공습 이후 공개적으로 대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거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엔 유럽연합(EU)이 기존 무역 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유럽산 자동차, 트럭 관세를 다음 주부터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EU의 무역협정 불이행이 관세 인상에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중동전쟁 국면에서 유럽 주요국을 겨냥한 불만이 무역 분야로 번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종전 전 개입 = 국회 동의 필요…협상 주시하며 이란·英·佛 논의 집중 전망

안규백 국방부 장관. 2026.4.14 ⓒ 뉴스1 유승관 기자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정상회의'에 참석해 "항행 자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히며 최근 거론된 '다국적군'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우리 군 자산이 중동지역에 실제 투입되지는 않은 상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MFC 참여 문제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전쟁 지역 대한 군사 개입은 국회의 동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제법 및 국제 해상로의 안전, 한미 동맹 및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 고려하고 있고, (MFC 참여 관련) 우리의 입장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항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향후 예상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우리 군 역할에 대해 "작전 범위를 넓히는 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닌 걸로 판단하며, 만약 또 다른 임무가 주어지면 국회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영국과 프랑스가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참여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바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1~4단계로 나눠 군의 투입 등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군사 실무회의에 참석해 중동 동향을 파악하고 참가국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등 군사외교 창구를 지속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 따라 종전이 명확히 선언된 이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다국적군에 참여할 경우에도 전투 병력 파견보다는 수송 및 지원 등 후방 관련 임무와 우리 상선 보호 등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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