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개헌’ 카드 꺼낸 다카이치···‘개헌 찬성’ 여론은 10년 만에 첫 역전

최민지 기자 2026. 5. 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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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일 베트남 하노이의 하노이 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자민당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안 4개 항목 가운데 선거구 합구 해소와 긴급사태 조항 신설을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단계적 개헌 추진의 뜻을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3일 79번째 헌법기념일을 맞아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산케이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같은 속도로 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헌법기념일은 전쟁과 무력행사 포기 등을 명시한 ‘평화 헌법’을 기념하는 날이다.

자민당은 아베 신조 총리 시기인 2018년 자위대 헌법 명기와 긴급사태 대응 강화, 참의원(상원) 선거 합구 해소, 교육 충실 등 4개 개헌 항목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에서도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해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혀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4개 주제의 중요성에 우열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하나씩 논의를 진행한다면 이 두 가지(긴급사태 조항·합구 해소)가 시급하다”며 “모든 주제를 같은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안이한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6년 참의원 선거부터 인구가 적은 현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 합구를 시행했다. 그러나 지역 대표성 약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자민당은 개헌을 통한 합구 해소를 추진해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현실적으로 시급한 것은 합구 해소”라며 참의원 선거가 내후년 열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정안 발의와 국민투표 시기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총리 입장에서 (국회 일정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한시라도 빨리해야 한다는 게 자민당 총재로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내후년 참의원 선거 전 개헌을 위해서는 내년 정기국회 발의와 국민투표 시행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재해나 테러 등에 대비해 국가가 긴급사태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긴급사태 조항 신설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일본 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의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중의원과 달리 참의원 내 여당 의석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데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개헌에 긍정적인 정당·회파를 합치면 참의원에서도 3분의 2가 넘는다”며 현재 상황에서도 발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인터뷰는 선거구 합구 해소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지만 총리가 “자위대 명기 등에도 의욕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현 정권 내 개헌에 찬성하는 여론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3~4월 전국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편 설문에서 다카이치 정권 내 개헌 실현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로 반대(43%)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신문은 2016년부터 매년 현 정권 아래 개헌 찬반 여론 조사를 해왔는데, 찬성이 반대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개헌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33%)보다 ‘그렇지 않다’(62%)가 많았다. 전쟁 포기 조항 등이 담긴 헌법 9조에 대해서는 ‘변경하지 않는 게 좋다’(63%)는 응답이 ‘변경하는 게 좋다’(30%)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 역시 3~4월 유권자 3000명 대상 우편 설문 조사를 통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9%로 ‘그렇지 않다’(31%)보다 높게 나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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