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단’ 청사진과 산소 없는 ‘데드존’···갈라진 새만금 20년
어업 생산량 반토막·어촌은 붕괴
전문가 “정치 공약이 낳은 생태적 인재”
6월 기본계획 수정안 앞두고 요구 봇물

“삽만 떠도 바지락이 한가득이었거든. 지금은 썩는 냄새만 진동하지. 바다가 죽었는데 사람이 어떻게 살아.”
지난달 21일 ‘끝물막이 20년, 생명들의 목소리’ 토론회가 열린 전북도의회 의원총회의실. 방채열 고창선주협회장 말에 토론회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어민들에게 새만금은 거대한 국책사업 부지이기 이전에 잃어버린 바다의 이름이었다.
군산·김제·부안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새만금 방조제의 마지막 물막이는 2006년 4월21일 끝났다. 1991년 착공된 33.9㎞ 방조제는 2010년 4월 준공됐다. 방조제 안쪽에는 간척 토지 291㎢와 호소 118㎢ 등 전주시 면적의 2배 가까운 409㎢ 공간이 생겼다.
전북도는 그간 새만금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회의 땅”이라고 밝혀왔다. 현대차그룹 9조원 규모 투자 계획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산업 중심지 구상 등도 새 성장 동력으로 제시됐다. 전북도는 조성된 용지를 첨단산업과 재생에너지 거점으로 활용해 지역경제 회복 효과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물길이 닫힌 뒤 바다는 흐름을 잃었고 어민들 삶도 갯벌과 함께 흔들렸다.
전북도의회 ‘새만금 외해역 피해조사 연구회’ 보고서를 보면, 1991년부터 2024년까지 전북 어업 생산량은 13만여t에서 6만여t으로 반토막이 났다. 어가 인구도 1만9000명대에서 4900명대로 74%나 감소했으며, 어업 종사자는 1만1000명대에서 4200명대로 62% 줄었다. 같은 기간 충남과 전남의 어업 생산량이 증가한 흐름과 대비된다.
연구회는 충남·전남의 어업 생산량 증가 흐름을 비교 기준으로 삼아 전북 수산업계 손실액을 최대 19조6483억원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어업 붕괴의 원인으로 수질 변화를 지목한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은 “해수면보다 낮은 -1.5m 관리 수위로 물 순환이 제한되면서 성층화가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수심에 따라 물이 섞이지 않으면서 바닥층에 산소가 고갈된 ‘데드존’(빈산소 수괴)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바지락 등 저서생물은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어업 감소는 단순한 자원 고갈이 아니라 수질 구조 변화가 초래한 ‘생태적 인재’라는 것이다. 오창환 전북대 명예교수는 “연약 지반 위 매립은 장기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부른다”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방향 전환을 제안했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의 공약으로 출발해 정권을 거치며 국가사업으로 굳어졌다. 1990년대 시화호 사태라는 경고음과 법정 공방이 있었지만, 정치적 계산 속에 물길은 끝내 닫혔다. 하지만 20년 동안 전체 매립 대상 면적 291㎢ 중 조성이 완료된 곳은 약 42%인 123㎢에 그쳤다. 여의도 면적의 42배에 달하는 땅이 조성됐지만 막대한 비용과 더딘 개발 속도를 둘러싼 회의론도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 발언으로 최근 다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차라리 그 돈을 다른 데 쓰면 좋겠다. 개발비의 5분의 1이라도 현금으로 전북에 주든지”라며 매립 사업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도 “희망고문을 해선 안 된다”며 현실적 조정을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 발언은 장기간 지연된 국가 주도 매립 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드러냈다는 해석을 낳았다. 대안으로는 해수 유통 확대가 거론된다. 막힌 물을 다시 흐르게 해야 수질과 생태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새만금개발청은 다음달 말까지 새만금 기본계획(MP)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공 주도 매립 확대와 개발 방식 재검토, 첨단산업 육성 등이 주요 쟁점이다.
3일 유기만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제는 파괴가 아니라 회복 시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중앙정부 중심의 일방적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어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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