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호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운영본부장 “고양국제꽃박람회, 모두가 머무는 정원으로”
유신호 운영본부장 “보는 행사 넘어 경험하고 공유하는 박람회”
시간여행자의 정원·테라피 가든·추억의 골목 등 체류형 콘텐츠 강화
지역 화훼농가·비즈니스 기능 확대…도시 브랜드 행사로 진화
내년 30주년 앞두고 고양꽃박람회 변화의 방향 제시

2026고양국제꽃박람회에 약 20만 명(주최측 추산, 2일 기준)의 관람객이 방문한 가운데, 올해 행사의 달라진 방향성이 현장에서 점차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 '꽃을 보는 행사'에서 '꽃으로 시간을 경험하는 행사'로
지난 4월 24일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개막한 올해 박람회는 '꽃, 시간을 물들이다'를 주제로 오는 10일까지 17일간 이어진다.
특히 이번 꽃박람회의 경우 개막 초반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과 연인, 친구, 사진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행사 장소인 일산호수공원은 봄꽃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머물고 체험하는 복합형 정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행사 중반 현장에서 만난 유신호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운영본부장은 올해 박람회의 핵심을 "꽃을 통해 우리의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위로하며, 앞으로 가야 할 미래의 길을 탐색하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꽃과 자연을 기본 가치로 삼되, 올해는 꽃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시간과 연결된 매개로 풀어내고자 했다"며 "과거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관람객이 그 안에서 자신만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전시와 운영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 주제에 담긴 심오한 뜻…꽃은 시간을 잇는 매개체
올해 주제인 '꽃, 시간을 물들이다'는 단순한 시적 표현에 머물지 않는다. 유 본부장은 꽃을 우리의 일상과 시간 속에 늘 함께해온 존재로 바라봤다.
꽃은 누군가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현재의 위로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으로의 삶을 상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올해 박람회는 이 같은 의미를 과거·현재·미래라는 서사 구조 안에 담아냈다.

유 본부장은 "시간이라는 주제가 자칫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말로 설명하기보다 관람객이 공간을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 '머무르고 참여하는 행사'로의 전환
올해 박람회의 가장 큰 차별점은 '보는 행사'에서 '머무르고 참여하는 행사'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예년의 꽃박람회가 꽃과 식물을 중심으로 한 감상형 전시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관람객이 걷고, 쉬고, 체험하고, 다시 이동하며 경험을 축적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유 본부장은 "경험하고 공유하는 행사가 되려면 관람객이 현장에 편안하게 오래 머물러야 한다"며 "그늘, 의자, 해먹, 빈백, 평상, 쉼터 등을 곳곳에 배치해 단순히 지나가는 동선이 아니라 쉬어가는 동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내 전시도 달라졌다. 기존의 칸막이형 부스 대신 개방형 독립 부스 형태를 도입해 시야를 넓히고, 각 부스가 개성 있는 전시 공간으로 보이도록 구성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이동하는 관람객뿐 아니라, 카페형 휴식 공간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 시간여행자의 정원, 박람회의 철학을 압축하다
올해 박람회의 상징 공간은 단연 '시간여행자의 정원'이다. 이곳은 '꽃, 시간을 물들이다'라는 주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혼천의를 모티프로 한 대형 꽃 조형물이 중심을 이룬다. 회전하는 구형 꽃 조형물은 시간의 흐름과 움직임을 상징하고, 공간 전체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 승강장'처럼 구성됐다.
유 본부장은 "시간여행자의 정원은 관람객이 꽃을 매개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플랫폼"이라며 "보는 사람마다 지구의 회전, 시간의 흐름, 타임머신 같은 느낌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열어둔 공간"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초가집에 앉아 사진을 찍는 순간, 관람객은 이미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이라며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꽃과 공간을 통해 추억을 만나고,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올해 박람회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 3대가 함께 즐기는 정원…추억과 치유, 미래 콘텐츠까지
올해 박람회는 특정 세대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오히려 3대가 함께 와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추억의 골목 정원'은 과거의 골목과 놀이문화를 재현해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딱지치기, 제기차기, 구슬치기 등 전통 놀이 요소는 꽃과 함께 과거의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다.
현재를 상징하는 공간은 '마음의 온도 정원'과 '플라워 테라피 가든'이다. 이곳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꽃과 색으로 표현하고, 꽃과 식물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
미래 영역에는 디지털·AI 기반 콘텐츠가 배치됐다. 마인크래프트 어드벤처, 이동형 상상누림터, 배리어프리 미래정원 등은 꽃과 자연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술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 본부장은 "꽃은 실물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놀이, 체험, 기억의 형태로도 만날 수 있다"며 "올해는 그 가능성을 박람회 곳곳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 화훼산업과 지역경제로 확장되는 박람회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축제이면서 동시에 산업 박람회이기도 하다. 유 본부장은 올해 성과를 평가할 때 관람객 만족도뿐 아니라 화훼산업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행사장 내 플라워마켓에는 지역 농가들이 참여해 직접 판매에 나섰고, 행사 초반 판매 흐름도 예년보다 긍정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해외 바이어와 국내 화훼농가·기업 간 수출상담도 진행되며, 박람회가 판로 개척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꽃박람회라는 이름 때문에 꽃 전시만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화훼산업과 관광, 마이스, 지역 소비가 함께 움직이는 행사"라며 "방문객이 고양에 오래 머물고 소비하며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 내년 30주년, 올해 변화가 예고편
고양국제꽃박람회는 내년 30주년을 맞는다. 유 본부장은 올해 박람회를 내년 30주년을 향한 변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내년은 고양국제꽃박람회 3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큰 해"라며 "올해는 고양시민과 외부 관람객에게 박람회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먼저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시도한 체류형 전시, 참여형 콘텐츠, 세대별 경험, 화훼산업 연계, 도시 브랜드 확장 등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분명한 변화와 완성도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꽃을 예쁘게 심어놓은 전시장을 넘어, 각자의 기억과 감정, 미래를 마주하게 하는 정원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관람객이 꽃을 보러 왔다가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을 얻어 간다면 올해 박람회의 의도는 이미 현장 속에 스며든 셈이다.
꽃으로 시간을 물들이는 실험은 이제 고양국제꽃박람회의 30주년을 향한 새로운 예고편이 되고 있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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