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어린이날, 다른 현실…한국은 ‘축제’·팔레스타인은 ‘전쟁’

김석희 기자 2026. 5.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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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정부, 1995년 4월5일 어린이 고통 알리려 제정
이스라엘·하마스 전쟁,18세 미만 2만1283명 숨져
미국·이란 전쟁,여학생 초등학교 수업 중 폭격 받아
시민사회 "집단학살 멈추고 휴전, 모든 책임 물어야"
국제 분쟁과 전쟁으로 인해 많은 어린이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폭력 위협 속에서 학교로 향하는 서안지구의 한 아동. 연합뉴스 

같은 '어린이날'이지만 의미는 극명하게 갈린다. 대한민국 어린이날(5월5일)이 아이들의 웃음과 꿈을 키우기 위한 축제라면, 1995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제정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날(4월5일)은 전쟁과 점령 속에 놓인 아이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한 달 간격으로 마주한 두 기념일은, '어린이의 권리'가 어디에서는 기쁨으로, 어디에서는 절박한 호소로 존재하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어린이날 제정 3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몰리자, 국내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무력 충돌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생존권과 보호권 등 기본적인 인권은 무차별적인 전쟁과 집단학살의 폭력 앞에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다. 이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등의 시민단체들은 지난 2023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국제 분쟁으로 어린이들이 희생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반인권적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자, 아동 단체와 팔레스타인 측은 깊은 감사를 표하며 한국 정부의 평화적 노력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에 이어 이란서도 어린이 희생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PCBS)이 지난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8세 미만의 팔레스타인 아동 2만1283명이 숨졌다. 이 중 5세 미만 어린이는 5031명, 신생아는 450명에 달했다.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7만2289명)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상자도 4만4486명으로 집계됐다.

PCBS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가자지구 아동들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체포하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PCBS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수감자 권리 단체들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서 아동 구금 사례가 1655건이 넘는다고 기록했다"며 "이 중 600건은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례로, 국제법과 아동권리협약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어린이들의 피해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월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되며 이란 미나브시의 한 여학생 초등학교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168명의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7~12세 사이의 학생들로, 수업시간 중 폭격을 받아 가장 많은 어린이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란 법의학청은 "12세 이하 어린이가 262명(7.7%), 12~18세 청소년이 121명(3.6%) 사망하는 등 미성년자의 피해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물리적 폭력 외에도 식량·보건 위기, 교육권 박탈이 어린이들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WFP 보고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는 물과 식량이 차단돼 인구 77%인 160만여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여 있으며, 영유아의 급성 영양실조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체계 또한 무너져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태다. 

한국 시민사회 "전쟁범죄 책임 지고 집단학살 멈춰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등 국내 시민단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및 중동 확전을 규탄하고, 공습 중단 및 즉각 휴전을 촉구한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과 존엄, 우리 모두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이스라엘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고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역시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초등학생을 겨냥한 폭격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야만적 범죄"라며 "어린이를 희생시키는 모든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학교는 보호받아야 할 교육 공간이며 아동은 국제인도법과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며 "교육시설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은 명백한 비인도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규탄의 목소리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은 노동절과 어린이날, 세계 언론 자유의 날 등을 맞아 어린이와 노동자, 민주시민을 집단 학살하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규모 긴급행동 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