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탐구생활] 김예지 “사회적 약자 배제 없어야 진정한 개혁”
입법 전 과정서 약자 기준 원칙 제시…충분한 숙의 필요성도 언급

“개혁이 약자를 더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제 의정활동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물리적으로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말하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정치적 주장이라기보다, ‘제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에 관한 토론이었습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최근 브릿지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진정한 개혁’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 3월 22일, 17시간 35분간 진행된 ‘윤석열 정권 시절 검찰의 이른바 조작 기소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 관련 필리버스터는 그의 정치 활동 전반의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2020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해 21대 국회를 거쳐 현재 22대 국회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장애인 권리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입법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의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기준으로 ‘개혁의 방향’을 재정의한다. 그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부르게 제도가 도입되거나 기존 제도를 급격히 변경하며 오히려 피해를 낳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17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력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이후 줄곧 가장 약한 사람에게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충분한 숙의 없이 헌법 원칙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을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끝까지 말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최근 검찰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의 문제를 사례로 들며 “고발인의 이의신청 기회가 제한되면서, 의사 조력이 필요하거나 그에 준하는 중증장애인 등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될 경우 이후 권리를 구제받을 통로가 사실상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2년째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방향의 개혁, 그리고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더 촘촘하고 공정하게 작동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개혁의 지향점은 그간 그가 꾸준히 추진해 온 대안적 가치 관련 입법 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대표적으로는 ‘장애인’ 관련 법안이 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관련 입법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특수교육 교원 확충과 과밀 학급 해소, 원격수업 지원 근거 마련 등을 담은 특수교육법 개정안과, 근로지원인·업무지원인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장애인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김 의원은 단순히 장애인 당사자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만으로 정책 변화가 곧바로 체감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입법만으로 정책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법 이후 단계에서의 사회적 합의와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도 변화는 예산 확보와 행정기관의 집행 의지와 역량, 현장 협력, 시민 인식 변화까지 복합적 요소가 맞물려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애 정책은 다양한 부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하나의 법이 통과되더라도 현장에서 작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조정이 필요하다”며 “입법 이후 단계까지 충분히 연결되지 않으면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정책이 종종 정쟁에 밀리는 현실은 한계로 짚었다. 국회는 늘 정치적 충돌이 발생하는 공간이기에, 긴급한 현안이 발생하면 관련 이슈는 후순위로 밀린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장애인, 노인,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 정책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의 문제”라며 “이러한 영역만큼은 정쟁이 아닌 합의의 영역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장애인 정책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외상 후 상당 시간이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나는 ‘지연성 PTSD’ 등 트라우마 특성을 제도에 반영하고, 퇴직 이후에도 제복 공무원에 대한 정신건강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김 의원은 “군인, 경찰, 소방 등 제복 공무원은 반복적으로 극심한 외상 사건에 노출되지만, 현재 제도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보거나 사후 대응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상 후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며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건 이후에도 심리지원이 자동으로 연계되는 지속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심리치료가 조직 내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개인의 회복을 넘어 공공 안전과 직결된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약자와 보호 대상에 대한 국가 책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동물권 입법으로도 확장된다. 김 의원은 봉사동물과 은퇴 봉사동물에 대한 국가·지자체 지원 근거를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동물을 물건이 아닌 별도의 법적 지위로 규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민법 개정 추진을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도 다시 힘을 받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현재 안내견 ‘태백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의원은 봉사동물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존재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상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군견, 경찰견, 구조견 등 공공임무 수행 동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위험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이들의 헌신은 사회가 반드시 기억하고 책임져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임무 수행 단계에 비해 은퇴 이후 관리와 지원 체계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단순한 보호를 넘어 의료·돌봄·관리까지 포함한 생애 전주기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가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존재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퇴 봉사동물의 입양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다. 그는 “대형견이 많고 특수한 훈련 이력과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민간 입양이 쉽지 않다”며 “단순히 입양을 권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의료비 지원 등 입양 가정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수행해 온 공적 역할을 알리고, 입양이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국가와 민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입양과 보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의 법적 지위 문제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개선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현행 민법에서는 동물을 여전히 소유권의 대상인 ‘물건’으로 보고 있어, 동물학대가 재물손괴죄나 경미한 위반으로 다뤄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의원은 이러한 현행 민법의 내용이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시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동물을 단순한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을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민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혜원·빈재욱 기자 hyewon041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