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빗속 5·18 묘역에 이어진 추모 발걸음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아이들이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보름 앞둔 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서도 우산을 든 참배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고 잔잔한 빗소리가 묘역을 감싸고 있었다.
묘지 입구 '민주의 문' 앞에는 '민주 영령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리겠습니다' 등 방문객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적힌 리본들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리본마다 저마다의 기억과 다짐이 담긴 문장이 적혀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도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일부 참배객은 발걸음을 멈추고 리본에 적힌 문구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날 오전 묘지에는 곡성초등학교 학생 10여 명이 찾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자 학생들은 한 줄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추념문을 지나 추모탑 앞으로 향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아이들은 흐트러짐 없이 줄을 맞췄고, 작은 손에 국화를 든 채 차례로 헌화와 분향을 이어갔다.
헌화를 마친 뒤에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짧게나마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참배를 마친 뒤 학생들은 묘역으로 이동해 청각장애인 구두공이었던 5·18 희생자 김경철 열사의 사연을 들었다.
안내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들은 묘비에 새겨진 글자를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엄마와 못다 한 정에 울고 있을 나의 아들아…"
그간 교과서로만 접하던 오월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마주하자 그들이 겪었을 고통을 가늠하기 어려운 듯 묘역에는 점차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날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참배객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묘지를 찾은 이들은 묘비를 하나하나 살피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일부 부모는 자녀에게 당시 상황을 조용히 설명해주기도 했고,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묘비 앞에 잠시 서 있기도 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방문한 하경수(44) 씨는 "아이들이 요즘 이런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시기라 광주에 온 김에 함께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에 한 번 민주묘지를 와본 적은 있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다시 가족과 함께 와서 비문을 읽고 사진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보고 느끼는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고 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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