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자녀 이름에 쓸 漢字 제한하는 법 규정은 합헌”
헌법재판소가 자녀의 이름에 쓸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놨다. 10년 전 판례와 같은 결론이다.
3일 헌재는 청구인 김모씨가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제3항에 대해 낸 위헌 심판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지난달 29일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통상 사용되는 한자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김씨는 2023년 2월 태어난 딸의 이름을 ‘래O(婡O)’로 정하고,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접수했다. 담당 공무원은 ‘婡(예쁠 래)’ 자가 가족관계등록법 규정에 따라 제정된 가족관계등록규칙 제37조 제1~2항에서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가족관계등록부에 한글로만 이름을 적었다. 김씨는 이에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씨는 “심판 대상 조항은 행정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하고 있으나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며 “혼인과 가족생활의 자유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심판 대상 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이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김씨 청구를 기각하면서 10년 전 판례를 인용했다. 당시 헌재는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해 일반 국민이 이를 모두 읽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않는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 오독(誤讀)이나 오자(誤字) 등으로 인해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겪을 불편을 해소하고, 가족관계등록 업무가 전산화됨에 따라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 역시 전산 시스템에 모두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가족관계등록법 규정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선례를 변경할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헌재는 “고대 문헌에 수록됐으나 현대에 사용되지 않는 한자나, 외국에서만 사용되는 한자 등 우리 사회 공동체에서 통상 사용되는 문자라고 할 수 없는 한자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인 규율”이라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은 인명용 한자로 선정되지 않아 출생신고가 수리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선정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며 “당장 원하는 한자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할 수 없다 하더라도 보완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밖에도 헌재는 “인명용 한자는 2016년 이후 세 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재 9389자”라며 “한자를 공식 문자로 지정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인명용 한자보다 많은 숫자”라고 했다.
한편 소수 의견을 낸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이를 결정하고 사용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이름의 결정과 사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봤다. 한자를 활용해 이름을 짓는 데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기대나 염원이 심사숙고 끝에 담기게 된다는 것이다. 소수 의견 측은 “자녀의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부모는 자녀의 이름에 원하는 한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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