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가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세탁할 수는 없다

경북매일 2026. 5. 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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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나폴레옹 대관식’이라는 그림이 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이 그림은 610×931㎝의 대작으로, 1807년 다비드가 그렸다. 그림 중앙에 나폴레옹 1세가 조세핀 왕비에게 왕관을 씌워주고, 비오 7세 교황이 나폴레옹 뒤에서 손을 들어 축복한다. 다비드는 처음에 나폴레옹이 스스로 왕관을 자기 머리에 쓰는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교황 측이 항의해 수정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의회에서 취임식을 한다. 성경에 손을 얹고, 대법원장의 말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선서한다. 삼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을 지키겠다는 상징적 의전이다. 한국 대통령도 국회에서 취임식을 한다. 하지만 국민을 향해 선서한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더 닮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능숙한 일이라도 자기가 관계된 일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물며 평가와 상벌에 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지난주에도 한체대 교수들이 자기 자녀나 동료 교수의 자녀 실기 시험 점수를 조작해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경찰에 송치됐다. 대통령을 지낸 법률 전문가도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게 우긴다. 자기 일에 객관적이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법관이나 검사에게는 사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에 대해 제척(除斥), 기피(忌避), 회피(回避)하는 제도가 있다. 공정성이 생명인 재판에서 당연한 일이다. 국회의원도 이해관계가 있는 상임위에는 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공직자에게 백지신탁을 요구하고, 내부자 거래를 처벌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말이 ‘진상규명’이지, 법안명에 이미 ‘조작 수사’, ‘조작 기소’라고 단정해 놓았다. 대부분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들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광고·후원 관련 제3자 뇌물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및 배임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의혹 등이다. 여기에 측근들이 연루된 세 가지를 추가했다.

법원은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판사들에게 사건을 배당한다.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서다. 그런데 자신이 피의자인 사건은 몽땅 자기가 직접 정치적으로 임명한 사람들에게 판단을 맡기겠다고 한다. 다른 검사가 이미 공소한 사건, 심지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까지 집어넣었다. 누가 봐도 ‘위인설법(爲人設法)’이다.

이재명 정부는 검찰권 남용을 공격하며 출범했다. 그런데 이 특검법은 그보다 더하다. 검찰도 법원도 제치고, 아예 정치 재판을 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문제가 있으면 재판을 통해 해결하는 게 옳다. 그렇게 검찰과 법원이 엉터리라면, 다른 국민에게는 왜 적용하지 않나. 왜 혼자 혜택을 누리나.

‘본인이 본인을 심판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라는 게 법의 일반 원칙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소 취소는 사실상 ‘자기 사면’(self-pardon)이다. 사면권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견제하는 수단이지, 행정부 수반의 범죄를 세탁하는 도구가 아니다.

한때는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과잉 충성이라고 오해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X(트위터)에 대장동 의혹을 보도해 ‘한국신문상’을 수상한 동아일보와 신문협회에 정정과 사과를 요구한 걸 보면, 이 대통령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민주당이 모든 권력을 다 장악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어 행정부를 비롯한 국정 전반을 쥐었다. 입법부는 마음대로 휘두른다. 야당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검찰을 해체하고, 검·경 조직을 마음대로 구성했다. 대법관도 절대 다수를 직접 임명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법 적용을 왜곡하는 판·검사는 처벌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대로 천년, 만년 갈 수는 없다. 지나치면 사달이 나게 돼 있다. 민심이 가만두지 않는다. 결국 새로운 정권이 이제까지의 조치를 모두 뒤집을 수 있다. 그때는 공소 취소를 추진한 정치인들이 무사할까. 자기들이 만든 법왜곡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단두대로 공포 정치를 한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에서 사라진 것처럼.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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