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녀'와 <파일럿>을 지나, 한선화가 도착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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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이번엔 하이스쿨 호러 코미디다. 코미디에 강점을 보여온 한선화가 선택한 장르다. <교생실습>은 전작 <파일럿> 이후 스크린 복귀작이다.
한선화의 출발점은 아이돌이다.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해 밝고 경쾌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먼저 인식됐다. 그러나 그는 초반부터 연기를 병행했다.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2013)을 시작으로 가수와 배우 사이를 오가며 활동의 축을 넓혔다. 그 과정에서 중심은 자연스럽게 연기로 이동했다.
이후 <신의 선물 - 14일>(2014)을 기점으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연애 말고 결혼>(2014),<학교 2017>(2017), <구해줘2>(2019), <언더커버>(2021)로 이어지며 장르를 넓히고 연기의 결을 다듬었다.
대중이 한선화를 다시 보기 시작한 건 <술꾼도시여자들>(2021)이다. '한지연'을 통해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에서 한 발 벗어났다. 과장하지 않는 연기로 일상적인 인물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시즌2까지 이어지며 캐릭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힘도 보여줬다.
아이돌 출신 배우의 성공적인 전향 사례는 많지 않다. 한선화의 방향은 달랐다. 소비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꾸준했고, 튀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다. 과장하지 않는 연기, 무리하지 않는 선택이 쌓이면서 지금의 위치로 이어졌다.

꾸준함으로 만든 자리
스크린으로의 확장도 자연스러웠다. <영화의 거리>(2021), <달짝지근해: 7510>(2023), <파일럿>(2024)을 거치며 역할의 범위를 넓혔다. 특히 <파일럿>에서는 조정석과 남매로 호흡을 맞추며 가볍고 생활감 있는 코믹 연기를 보여줬다. 튀기보다 흐름에 맞춰 장면의 균형을 잡았고, 두 사람의 캐미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작품은 약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오는 5월 13일 개봉하는 <교생실습>은 그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교생 '은경'과 학생들의 사투를 그린 하이스쿨 호러 코미디다. 한선화는 이 작품에서 극의 중심을 맡는다. 사실상 원톱 주연에 가깝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인물이다. 코미디와 호러가 교차하는 장르 안에서 극의 흐름을 책임진다.
지난 4월 29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만난 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낯섦'을 꼽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쉽게 설명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고, 그 점이 오히려 궁금했다. 이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르와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고,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의미와 재미를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구조적으로도 이전과 다르다.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던 위치에서 벗어나, 후배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자리다. 그는 "부담을 느끼기보다 맡은 역할을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며 "촬영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집중해서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선배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처음이라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후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빠르게 맞춰졌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내면서 자연스럽게 균형이 잡혔다"며 "결과적으로는 도움을 받은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장 편하게 소통한 상대는 감독이었다. "동갑이라 이야기를 나누는 데 부담이 없었고, 장면에 대한 대화를 충분히 하면서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캐릭터 접근 방식은 단순했다. "MZ 교생이라는 설정이 실제 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좁히기보다 연기 자체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외형적 설정보다는 인물의 역할과 상황에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촬영 환경은 쉽지 않았다. 촬영 기간이 짧고 밤 촬영이 많아 체력적인 부담이 컸지만, 그는 "그럴수록 더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 자체가 이번 작품에서 요구된 역할의 일부였다.
한선화는 종종 스스로를 내향적인 사람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카메라 앞의 그는 실제 성격과는 무관한 에너지를 기꺼이 끌어다 쓴다. 그 온도의 차이를 메우는 건 결국 배우로서의 책임감이다.
한선화는 종종 스스로를 내향적인 사람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카메라 앞의 그는 실제 성격과는 무관한 에너지를 기꺼이 끌어다 쓴다. 그 온도의 차이를 메우는 건 결국 배우로서의 책임감이다.
대중은 이제 한선화라는 이름에서 '시크릿'의 잔상을 지우고,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먼저 읽기 시작했다. 한선화는 어느덧 주연이라는 책임감을 더하며, 배우로서 자신의 가장 선명한 계절을 지나는 중이다.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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