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철근 담합’ 2심 8일 선고···입찰제한 2년 유지될까

주재한 기자 2026. 5. 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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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인정 여부보다 ‘주도성’ 판단이 관건···1심은 주도 인정·제재 적법 판단
현대제철 경북 포항 공장. /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조달청 발주 관수철근 입찰 담합을 이유로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현대제철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이번 주 선고된다. 1심이 담합과 '주도성'을 모두 인정한 가운데, 항소심은 제재 유지 여부를 가를 기준으로 '주도적 역할' 판단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1부는 오는 8일 현대제철이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현대제철 등 11개 제강사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 발주 관수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서 낙찰 물량과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됐다. 담합 규모는 계약금액 기준 약 6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조달청은 2023년 1월 현대제철이 2017년과 2018년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해 낙찰받은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현대제철은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협의한 행위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통제한 점에서 경쟁의 핵심 요소를 직접 제한한 경성 공동행위로 보고 위법성이 크다고 봤다. 입찰 방식의 특수성이나 수급 안정 논리 등 회사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주도성' 판단이 제재 유지 여부 갈라

1심 판단의 분기점은 '주도성' 인정 여부였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이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담합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관련자 진술과 내부 역할 분담, 시장 지위 등을 종합해 낙찰 물량 배분과 가격 결정 과정에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참여 업체의 동조를 이끌어낸 것으로 판단했다.

이 판단을 근거로 최고 수준 제재가 적용됐다. 국가계약법 체계에서는 담합을 주도해 낙찰받은 사업자에 대해 최대 2년의 입찰참가 제한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이 국내 철근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선도 사업자라는 점, 실제 낙찰 물량 규모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최고 수준 제재를 적용한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관련 형사 사건에서도 현대제철 법인과 임직원에 대한 유죄 판단이 확정된 점도 1심 판단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행정 제재의 전제가 되는 담합 사실 자체가 이미 다른 절차에서 확인됐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항소심에서 담합 자체를 다투는 동시에 '주도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측은 희망수량 경쟁입찰과 가격 구조 등 제도적 환경이 담합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일부 업체 간 협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특정 사업자가 이를 주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재 수위 역시 쟁점이다. 현대제철은 설령 담합이 인정되더라도 주도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법정 상한인 2년 입찰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입찰 구조와 시장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담합 구조의 형성과 유지 과정에서 현대제철이 수행한 역할이 명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형사 판결과 기존 행정 사건에서 이미 담합 사실이 인정된 데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시장 지위를 고려하면 주도적 역할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첫 변론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주도적 역할의 의미를 다른 사업자를 끌어들이거나 공동행위를 이끄는 행위로 설명하며, 현대제철의 구체적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정리를 요구했다. 단순 가담과 주도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판결의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현대제철에 대한 입찰참가 제한 처분은 집행정지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항소심에서도 1심 판단이 유지되고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대제철은 2년간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된다. 회사가 지난해 분기보고서 기준 조달청을 통해 수주한 물량이 약 49만톤, 금액으로는 4000억원대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영업 영향도 불가피하다.

반대로 항소심에서 주도성 판단이 달라질 경우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면서 처분 유지 여부가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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