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로 균열 촉발…美와 손잡고 중동 패권 도전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중동 비즈니스’ 허브 두고 UAE-사우디 간 갈등 격화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지난 2월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은 중동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역봉쇄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아랍에미리트(UAE)는 5월1일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UAE의 발표는 걸프 산유국 내부의 단층선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전쟁 이전 하루 34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던 UAE는 OPEC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UAE는 OPEC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즉각적인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여력을 가진 소수의 국가였다. 양국은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특히 현 UAE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자이드 알나이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고 부상할 때 여러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UAE는 OPEC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왔다. OPEC은 회원국에 생산 할당량을 부과해 왔는데 이에 불만이 있었다. UAE 생산능력은 일평균 485만 배럴이지만 OPEC 쿼터에 묶여 실제 생산은 약 300만 배럴대였다. 매일 약 180만 배럴이 땅속에 묶인 셈이다. 시장가 기준으로 보면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다.

UAE "원유, 저렴하게 더 많이 팔고 싶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일정 수준의 원유 판매 수익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UAE는 최대한 많은 원유 판매수익을 단기적으로 확보하는 쪽을 선호했다. 이런 입장 차이는 양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UAE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금융, 무역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한 경제 다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통해 UAE는 원유 판매수익보다 금융, 관광, 항공 등 비석유 부문의 비중이 높아지는 산업구조 다각화에 성공했다. UAE로서는 이 구조를 더 강화하기 위해 단기간에 많은 석유를 판매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희망했다. 저렴한 가격으로라도 많이 팔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비교적 최근 들어서야 비전2030을 비롯한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최소 30년 이상 소요될 장기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원유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선호해 왔다.
이러한 입장 차이와 더불어 UAE의 성공 방정식을 모방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적인 태도에 UAE는 큰 불만을 가져왔다. 두바이로 대표되는 중동에서 예외적인 자유로움은 자연스럽게 UAE를 중동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수많은 기업이 두바이 또는 아부다비에 본사를 두고 중동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를 부러워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자국과 관련된 거래를 원하는 기업들은 수도인 리야드에 본사를 둬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기업이 본사를 리야드로 옮기게 되자 UAE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양국은 대외 정책에서도 최근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시작된 예멘 내전에서 양측은 당초 힘을 합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장이 엇갈리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 정부에 해당하는 대통령지도위원회를 지지했지만 UAE는 통일 이전의 남예멘 후신인 남부과도위원회를 지지하면서 대립했다. 작년 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협조로 UAE를 압박해 예멘에서 손을 떼게 만든 후 남부과도위원회를 소멸시킴에 따라 UAE는 많은 불만을 가지게 됐다.
양측은 아프리카에서도 대립을 이어갔다.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 남수단에서도 양측은 각기 다른 정파를 지원하며 대리전을 진행했다. 커지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팽창 정책을 구사하려는 UAE의 전략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내 안정을 해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계속 맞서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진행된 카타르 봉쇄에 대한 입장 차이, 2019년 UAE의 예멘에서의 사전 통보 없는 일방 철군, 2020년 UAE의 아브라함 협정 선제 체결 등 양국의 갈등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양측의 갈등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시작된 이란 전쟁은 결정적으로 UAE를 화나게 만들었다. UAE는 이번 전쟁에서 이란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받았다. UAE 국방부 발표 기준으로 탄도·순항미사일 약 550발과 드론 2200대 이상이었다. 이스라엘보다 더 많은 공격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다급해진 UAE는 이스라엘에 도움을 요청해 이스라엘군 관계자와 아이언돔이 비밀리에 UAE에 배치되어 미사일 및 드론 요격작전을 지원했다. UAE로서는 누가 자신의 친구이고 누구를 신뢰할 수 없는지 판단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국으로부터 많은 차관을 빌려 쓰고 있는 파키스탄이 이란 측 입장을 대변하면서 중재자로 나서자 UAE는 25억 달러에 이르는 차관을 즉시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 채무를 대신 상환해 주면서 파키스탄을 옹호하자 UAE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결국 OPEC 탈퇴를 선언하게 됐다.
하지만 UAE의 OPEC 탈퇴는 최근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UAE는 최근 미국 천연가스 사업에 수십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산유국이 미국 LNG에 투자한다는 것은 UAE가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자본·인프라 운용국으로 정체성을 변화시키겠다는 예고였다.
美에 통화 스와프? 확고한 지원 요청 메시지
여기에 더해 UAE는 미국에 통화 스와프를 요구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전쟁에 따른 재정적 지원 필요성 때문이다. 석유 및 천연가스 판매수입이 급감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수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와 1조 달러가 넘는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UAE가 당장 돈이 필요해 통화 스와프를 요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연방준비제도가 아닌 재무부의 수백억 달러 규모 스와프이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해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기보다는 OPEC과 결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노선을 택하는 대가로 미국의 확고한 지원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UAE는 OPEC 탈퇴 이후 본격적으로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여러 불만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 UAE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이들과 손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국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한 UAE의 결정에 따라 중동 질서는 다시 급변하고 있다. UAE가 OPEC 탈퇴 수준에서 머무를지, 아니면 아랍연맹을 포함한 다른 기구에서도 탈퇴할지에 따라 중동의 질서는 많은 분야에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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