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악’도 세계를 사로잡다…육군 군악의장대, K팝과 태권도 결합해 美 국제군악제서 찬사

정충신 선임기자 2026. 5. 3. 09: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군 군악대가 2018년 이후 8년 만에 버지니아 국제군악제 초청
전통음악·태권도 시범·K팝 구성…스토리가 담긴 통합형 공연
공연장 찾은 관객들 몰입도 높여…류병찬 상병 한국어로 폐막곡
‘2026 버지니아 국제군악제’에 참가한 한국 육군 군악대 공연단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자보이즈’ 콘셉트로 태권도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육군 군악대가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열린 ‘2026 버지니아 국제군악제’에서 전통과 현대, 군악과 무용·태권도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여 미국 현지 관객 8만여 명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K-군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3일 육군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시 스코프 아레나 주공연장에서 펼쳐진 육군 군악대 공연은 류병찬 상병·박창록 일병이 제창하는 애국가의 선율 울려 퍼지며 객석의 시선이 무대 중앙으로 집중됐다.

육군 군악대는 부드러운 춤선이 돋보이는 한국무용에 이어 등장한 태권도 시범대는 절도 있는 군무와 격파로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격파음이 울릴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이어졌다.

전 세계를 휩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Golden)’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전통 갓과 도포를 갖춰 입은 육군 중창단이 첫 소절을 부르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고, 이내 관객들의 노랫소리가 연주와 어우러졌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관객과 무대가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2026 버지니아 국제군악제’에서 ‘아리랑 랩소디’에 맞춰 역동적인 태권도 군무를 선보이고 있는 육군 군악대대 공연단. 국방일보 제공

폐막식에서는 전통적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가 연주됐다. 올해는 육군 성악병 류병찬 상병이 이 곡을 한국어로 불러 무대를 마무리했다. 익숙한 선율 위에 한국어 가사가 더해지며, 국제군악제의 전통과 한국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평가다.

1997년 시작된 버지니아 국제군악제는 미국 최대 규모의 군악 행사다. 올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미국·대한민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 5개국 18개 팀, 800여 명이 참가했다. 육군 군악대가 초청받은 것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는 육군 군악대를 중심으로 태권도 시범대, 충남대학교 무용단 등 총 75명이 함께했다. 프로그램은 애국가를 시작으로 전통음악과 한국무용, 태권도 시범, K팝으로 이어지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아리랑 랩소디’ ‘아름다운 나라’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곡과 세계적으로 익숙한 대중음악을 함께 배치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공연의 완성도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공연단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에 착수해 곡 선정과 무대 동선, 입·퇴장 타이밍, 장르 간 연결 구성까지 세밀하게 조율했다. 개별 공연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전통성과 현대성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낸 ‘통합형 공연’ 구현에 중점을 뒀다.

현지 적응 과정도 쉽지 않았다. 공연단은 지난 11일 한국을 출발해 미국에 도착한 직후부터 악기와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무대 환경에 맞춘 리허설에 돌입했다. 사흘간 이어진 리허설은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특히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특성상 현지 음향감독과의 사운드 밸런스 조율이 중요했다. 공연단은 반복적인 연습으로 음향과 동선을 최종 점검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처럼 치밀한 준비의 진가는 무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공연 이후 현지 호응도 이어졌다. 미국 현지 언론은 한국 공연단의 무대를 주요 장면으로 소개했고, 관객 인터뷰에서는 ‘가장 인상 깊은 공연’으로 한국팀을 꼽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한다.

‘2026 버지니아 국제군악제 폐막식’에서 한국 육군 군악대를 비롯한 각국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각국 공연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군악과 태권도, 무용을 하나의 공연으로 엮은 구성과 연출 방식이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현지 한인동포사회 역시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인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국제군악제 참가는 우방국과의 문화교류와 군악 분야 협력으로도 이어졌다. 공연단은 미 육군 군악학교를 방문해 교육체계와 운영 방식, 연주자 양성 과정 등을 공유하며 협력 기반을 넓혔다. 아울러 이번 무대는 한국군 문화의 확장성을 보여준 자리였다. 군악이 문화교류의 매개로 기능하며, 국제무대에서 국가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공연을 지휘한 황승주(중령) 육군 군악의장대대장은 “이번 무대는 한국 군악과 문화의 매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문화사절단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육군 군악대는 2007년 첫 참가 이후 2010년, 2015년, 2018년에 이어 꾸준히 초청받아 왔다. 매번 한국적 색채와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현지 관객의 호응을 얻어왔다.

정충신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