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스팔트 위 춤추는 엔진… '머드의 도시' 보령, '모터의 수도' 되다

류종은 기자 2026. 5.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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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날 14만명 몰리며 '역대 최대' 흥행 예고
르망·에스페로 전시 '리멤버 대우' 눈길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에서 막을 올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AMF)'에서 드리프트 대회에 참가한 차량들이 미끄러지듯이 서로를 피하며 주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와아! 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는데 정말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엔진 소리도 엄청나고 타이어 연기까지 나니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에서 막을 올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AMF)'은 이와 같은 관람객의 탄성과 굉음이 어우러진 역동적인 축제의 장이었다. 아주자동차대학교와 보령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2011년 대학 축제에서 시작해 현재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날 머드엑스포광장은 평화로운 해변 풍경 대신 날카로운 금속음과 엔진 굉음으로 가득 찼다. 뒷바퀴가 아스팔트를 짓이기며 뿜어낸 매케한 타이어 연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가운데, 춤을 추듯 미끄러지는 튜닝카들의 향연에 행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홀린 듯 광장을 바라봤다. 7만2700㎡(약 2만2000평) 규모의 광장 전체가 거대한 야외 경기장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특히 올해 전시장 중심에는 아주자동차대의 뿌리를 되새기는 '리멤버 대우' 전시장 마련,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설립한 대우자동차를 모태로 한 대학의 역사를 상징하듯 르망, 에스페로, 프린스, 아카디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우차 모델들이 위용을 뽐냈다. 관람객들은 과거 한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차량들을 마주하며 아주자동차대가 이어온 자동차 전문 교육의 정통성과 자부심을 확인했다.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에서 막을 올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AMF)' 중앙에 마련된 ‘리멤버 대우’ 전시장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축제의 꽃인 짐카나 대회장에는 국가대표급 선수, 대학생 드라이버 등이 총출동해 정교한 실력을 겨뤘다. 복잡하게 엉킨 콘 사이를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오차도 없이 빠져나가는 핸들링이 펼쳐질 때마다 관람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특히 올해는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교류전이 신설되며 국제 대회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박상현 아주자동차대 교수는 "2011년 차량 100대를 모으기 위해 전국을 발로 뛰던 대학 축제가 이제는 아시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1등 모터 페스티벌로서 세계적인 드라이버들이 박수받는 건전한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긴 대기 줄이 늘어선 곳은 글로벌 파트너인 토요타코리아의 '가주 레이싱(TGR)' 부스였다. 이곳에서는 △슬라럼(콘과 장애물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며 차량 조작 능력을 겨루는 경기) △레인 체인지 △드리프트(차량의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곡선을 그리는 주행 기술) 택시 등 고성능 차량의 한계를 직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한 관람객들은 차체가 사선으로 미끄러지는 짜릿한 중력 가속도를 온몸으로 만끽했다.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에서 막을 올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AMF)'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 슬라럼 체험 현장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행사장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어린이 전용 전동 카트 체험장과 로봇·캐릭터 코스프레 모델들이 배치된 포토존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북적였고,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10여 대의 푸드트럭과 파라솔 휴게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여유로운 휴식을 제공했다.

보령시는 이번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행사 당시 20만3000명의 관객이 방문해 약 180억원의 직접 경제 효과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인해 지역 상권이 커다란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보령시와 충남도가 1대1 매칭 사업 형태로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아주자동차대학교와 긴밀히 협력해 보령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문화·관광 도시로 각인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에서 막을 올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AMF)’에서 진행된 짐카나 대회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번 행사는 대학의 교육 역량이 산업 현장과 결합한 산학 협력의 결정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아주자동차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행사 기획부터 운영, 경기 진행 등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실무 능력을 쌓았다. 대학 측은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동차 특성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실습장을 제공하고 있다.

한명석 아주자동차대 총장은 "대학 축제로 출발한 행사가 전국 최대 규모의 체험형 축제로 성장해 감개무량하다"며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실무 현장을, 지역에는 경제적 활력을 주는 지속 가능한 산학 상생 모델로 더욱 키워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토요타코리아 역시 이번 축제를 통해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탰다. 2020년부터 아주자동차대와 협력해온 토요타는 이번에 'TGR 퍼포먼스 그라운드'를 신설해 고객 소통을 강화했다. 현장에는 GR 수프라 스톡카, 프리우스 PHEV 등 브랜드의 기술력이 집약된 차량들이 전시돼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에서 막을 올린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AMF)’에 마련된 토요타 가주 레이싱(TGR) 체험 부스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병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은 "보령·AMC 모터 페스티벌은 다양한 연령대가 자동차의 즐거움을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현장"이라며 "앞으로도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6 AMF는 개막 첫날 관람객 14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흥행 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주최 측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행사장 곳곳에 안전 요원과 방호벽을 배치하고 관람석과 주행 코스를 철저히 분리해 운영 중이다. 시상식과 폐막식은 행사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5시 특설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보령(충남)=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