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가지 고민 그만… ‘건강한 한 컵’ 로컬 젤라또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4)]

신현정 2026. 5. 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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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퇴촌 토마토의 변신 ‘트루젤라또’

구희진 대표, 아픈 가족 간식 찾다 아이디어
퇴촌 토마토와 수수락 딸기 활용 젤라또 개발
공모전 대상 수상하며 본격 사업화 나서


한 지역에서 유명한 생산물을 두고 ‘특산물(特産物)’이라고 부릅니다. 부산의 기장 미역, 논산의 딸기, 광주의 무등산 수박처럼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경기도는 어떨까요.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인 경기도는 도심 이미지가 강해 대표적인 특산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판교처럼 에너지 넘치는 도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어촌이 모두 있습니다. 당연히 31개 시·군마다 그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이 있는데요. 쌀, 포도, 율무 등 지역 특색에 따라 종류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그 ‘변신’이 눈길을 끕니다. 단순 1차 생산물에 그치지 않고 특산물을 활용해 특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우리가 몰랐던 경기도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고, 이를 새롭게 개발·판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광주 트루젤라또는 광주 퇴촌토마토 등 광주 특산물을 활용해 젤라또를 만든다. 사진은 트루젤라또 대표 메뉴인 ‘경기광주의 맛’으로 퇴촌 토마베리스윗, 화담숲 단풍밀크, 남한산성 포레스트 민트초코, 수수락 딸기퐁당./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지난달 전국에 4월의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포근한 봄날씨 대신, 영상 30도에 가까운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죠. 날이 더워지면 사람들은 시원함을 찾으러 떠나곤 합니다. 바닷가로 떠나 휴가를 즐기거나, 시원한 디저트를 찾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얼었다’라는 뜻의 젤라또 역시 그중 하나인데요. 젤라또는 아이스크림과 달리, 쫀득한 식감과 진한 맛이 특징입니다. 한 입 베어물면 꾸덕꾸덕하면서 진한 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젤라또는 날이 더워지면 찾게 되는 디저트지만, 진한 달콤함에 한편으로는 많이 먹어도 괜찮나라는 걱정이 들곤합니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트루젤라또’는 ‘맛있는데, 알고 보니 건강한’을 추구하는 로컬 젤라또 브랜드입니다. 퇴촌 토마토와 수수락 딸기, 자연채 등 광주 팔당호의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광주시의 특산물을 활용해 ‘로컬 젤라또’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로컬 식재료로 맛있는데 건강한 디저트를 선보인 구희진 트루젤라또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맛도, 건강도 포기할 수 없다

경기 광주 ‘트루젤라또’ 구희진 대표님

서울에 살았던 희진씨는 8년 전인, 2018년 광주시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생기면서 서울을 떠나 자연과 가까운 광주시로 집을 옮겼고, 희진씨는 간병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암 환자를 돌보다 보니, 희진씨는 음식을 먹을 때 매번 성분표를 확인하게 됐는데 세상에는 참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생각보다 아픈 환자들에게 줄 간식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입이 깔깔한 환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시원하고 상큼한 간식을 찾긴 하늘의 별따기였죠. 일반 과일을 얼려서 주자니 너무 딱딱했고 일반 아이스크림을 주자니 수많은 합성첨가물이 적힌 성분표가 걸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희진씨는 광주시의 한 로컬푸드 직판장을 찾았고, 새벽에 도착해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보면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건강한 식재료로 젤라또를 만들면 어떨까, 그 생각이 트루젤라또의 시작이었습니다.

“아파본 사람만 알 텐데, 아무리 건강에 좋다해도 입에 안 맞으면 먹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건강한데 맛있다보다는, 먹어보니까 너무 맛있는데 성분표를 보니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걸 목표로 건강한 젤라또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광주 트루젤라또는 광주 퇴촌 토마토 등 광주 특산물을 활용해 젤라또를 만든다. 사진은 젤라또를 만들고 있는 구진희 트루젤라또 대표 모습./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시제품 기대 못 미쳐, 자체 생산 설비 준비
첫 구상후 5년 만에 ‘퇴촌토마베리스윗’ 출시
화담숲·남한산성 등 지역 모티브 제품 다양화
지역과 손잡고 로컬 식재료 연구소도 마련

건강한 식재료로 젤라또를 만들어보자고 일단 결심은 했지만, 희진씨는 평생 살면서 음식을 개발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이미 다른 직업을 가지고, 직장도 다니고 있었죠. 고민하던 희진씨는 먼저 자신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가치가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친구 한 명과 로컬 창업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퇴촌 토마토를 활용한 젤라또라는 아이디어로 공모전에 지원했고,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젤라또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합니다.

“로컬푸드직판장에서 먹은 퇴촌토마토가 너무 맛있어서 그걸로 젤라또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너무 감사하게 대상을 받았어요. 그때 이게 시장성이 있구나 싶어서 20만원짜리 냉동고 하나 들고 다니면서 샘플테스트를 시작하고 젤라또를 생산해줄 공장을 찾아다녔죠”

그렇게 아이디어로 시작한 토마토젤라또의 시제품은 2022년 처음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품 런칭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처음 나온 시제품의 품질은 희진씨의 목표도, 기대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제품마다 품질은 제각각, 완성도도 낮았습니다. 결국, 희진씨는 조금 늦더라도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춰 제대로 된 젤라또를 만들자 다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이미 빙과시장은 대기업 위주였고 설비는 고가였으며 관련법은 엄격해 희진씨와 같은 소상공인이 로컬 재료로 젤라또를 팔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젤라또 판매를 시작한 것도 아니어서 경제적인 지원도 절실했죠. 그럼에도 희진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각종 토마토 축제에 직접 참가 신청을 해 3천 명이 넘는 이들을 대상으로 향미 테스트를 진행하며 품질을 높였고, 쿠킹 클래스와 로컬 브랜드 컨설팅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 경제적 지원을 뒷받침했습니다.

광주 트루젤라또 외부모습./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포기하지 않았고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2025년 여름, 트루젤라또가 문을 열었습니다. 건강한 로컬 식재료로 젤라또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죠.

“아마 국내에서 자체적인 경량화 구조로 젤라또를 판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거에요. 그냥 레시피를 주고 공장에서 만들었으면 매출도 더 빨리 나왔겠지만, 제가 원하는 일정한 품질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야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필드에서 5년간 열심히 경험을 쌓으면서 노하우도 얻으면서, 소자본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지금의 트루젤라또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토마토 젤라또? 토마토 젤라또!

광주 트루젤라또 메뉴./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트루젤라또는 이름 그대로, 로컬에서 자란 원재료로 만드는 ‘진짜’ 젤라또입니다. 그중에서 ‘퇴촌토마베리스윗’은 대표 메뉴 중 하나인데, 광주시 특산물인 퇴촌 토마토와 딸기가 주성분입니다. 희진씨가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토마토와 딸기, 그리고 두 과일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다른 과일을 함께 넣어 개발한 제품이죠. 5년간 개발한 제품이다 보니, 각종 공모전에서도 이미 5관왕을 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토마토젤라또 하면 물음표가 있어요. 무슨 맛일까 싶은 거죠. 하지만 저희가 만든 퇴촌토마베리스윗은 저희만의 배합비율로 토마토와 딸기, 다른 과일을 섞어 만들었어요. 실제 향미 테스트에서도 선호도 96%가 나왔어요. 토마토를 원래 안 먹는다는 분들도 상당히 좋아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퇴촌토마베리스윗뿐만 아니라, 광주시 화담숲의 단풍나무를 모티브로 단풍나무 수액과 메이플 시럽을 넣은 ‘화담숲 단풍밀크’, 광주시의 또 다른 특산물인 수수락 딸기를 넣은 ‘수수락 딸기 퐁당’, 광주시의 자연채라는 허브와 수제 초콜릿을 활용한 ‘남한산성 포레스트 민트초코’ 등 계절에 따른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젤라또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쿠킹 클래스를 하고 있는데 분기마다 메뉴를 바꿔도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는 다양한 맛의 젤라또를 개발해 뒀어요. 또 보통 특산물은 자연물이라 계절적 특성이 있는데, 젤라또로 만들어두면 계절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죠”

트루젤라또는 나와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건강한 디저트를 먹고 사람들이 기분 좋아졌으면 좋으면…
광주 트루젤라또 내부모습./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최근 희진씨는 전라남도 여수에 젤라또 개발을 위한 연구소도 마련했습니다. 광주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컬 식재료 연구를 위해 전라남도와 손을 잡은 것입니다. 아울러 자신과 같은 소상공인도 소자본으로 젤라또를 유통할 수 있는 것이 희진씨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 광주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트루젤라또를 즐길 수 있고, 나중에는 외국에서도 퇴촌토마토 젤라또를 먹을 수 있도록 말이죠.

트루젤라또는 나와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이에요. 가족한테 건강한 식재료로 젤라또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처음 순수했던 목적을 계속 생각하려고 합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건강한 디저트를 먹고 사람들이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고, 그런 사람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트루젤라또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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