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방송 끄라고? 서울이 제일 시끄러워 [전국 인사이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왁자지껄한 술자리에서 꼭 나오는 말이 있다.
"거기! 지방방송 좀 꺼라!" 참석자 가운데 가장 목소리가 크거나 대장 노릇 하는 자가 외치는 말이다.
과거 지방 방송국이 서울에서 전국으로 송출하는 이른바 '중앙 방송'을 끊고 지방 뉴스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음량이 갑자기 커지거나 매끄럽지 못한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왁자지껄한 술자리에서 꼭 나오는 말이 있다. “거기! 지방방송 좀 꺼라!” 참석자 가운데 가장 목소리가 크거나 대장 노릇 하는 자가 외치는 말이다. 지방 방송국 직원으로서 화가 날 법도 한 상황이지만 대개 목소리 큰 대장의 지시에 굴복하고야 만다. 모기만 한 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야, 여기서 네가 제일 시끄럽거든?’
‘지방방송’이 대체 뭔데 꺼야 하는지 찾아봤다. 놀랍게도 표준국어대사전에 그 정의가 나와 있다. ‘[명사]주변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더 나아가 AI는 이 단어의 유래도 추측해냈다. 과거 지방 방송국이 서울에서 전국으로 송출하는 이른바 ‘중앙 방송’을 끊고 지방 뉴스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음량이 갑자기 커지거나 매끄럽지 못한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쓰라린 추측은 그다음에 나온다. 국가적인 행사나 인기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지방 방송이 나오면 시청자들은 이를 ‘맥을 끊는 소음’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국회의원 절반, 부산엔 집도 없어
하지만 이런 소음에 귀 기울이려는 ‘척’이라도 하는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치 왁자지껄한 오일장이 선 광경이다. 4년 만에 펼쳐진 이 거대한 장터가 서울 사람, 특히 여의도 사람들에게 더 신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꿈꾸며 빠져나간 ‘주인 잃은 금배지’를 차지하기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자칭, 타칭 유력 주자들은 부지런히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어느 장터가 더 저렴한지 간을 본다. 그걸 중계하는 언론은 ‘출마의 명분이 중요하다’ ‘정치인의 서사가 쌓여야 한다’며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엿가위를 치며 품바 춤을 춘다.
선거판에 익숙한 이들도 만덕산은 들어봤어도 만덕동은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부산 북구갑 지역구에 속한 행정동이다. 북구갑 주변에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이름이 맴돌더니, 한 전 대표가 ‘만덕동에 집 구했다’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초치기 주민등록’으로 출마를 공식화하는 신박한 형국이다. 검사로 부임했던 시절 사직구장 직관이 그나마 부산과 가장 짙은 연인 것 같다. 비단 한 전 대표를 욕할 일도 아니다. 정작 부산 연고를 내세우던 조국 대표는 경기도로 눈길을 옮겼다. 이미 부산 국회의원 절반은 부산엔 집이 없어도, 수도권에 똘똘한 한 채를 지니고 있다. 지방 언론이 대서특필하지만 이제 눈치도 안 본다. 유년기를 보낸 추억의 동네, 장모님 고향, 사돈의 팔촌의 본가 같은 ‘억지 연고 만들기’조차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이 시각에도 ‘서울 공화국’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일찍이 이걸 ‘지방 식민지’라고 불렀다. 강 교수는 ‘독립운동’을 하겠다 선언했지만 지방방송의 음량처럼 그 목소리도 서서히 저물어갔다. 그동안 서울과 지방 간 격차는 내재화된 식민체제로 점차 굳어졌다. 지상파 지방 뉴스는 대체로 서울 방송 송출이 시작되고 약 30분 후, 전국권 뉴스를 끊고 들어간다. 지방 뉴스가 굵직한 국정 소식을 ‘뚝’ 자르거나 생방송 상황에 따라 매끄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방 방송은 좀 더 시끄러워져야 한다. ‘네가 여기서 제일 시끄럽거든?’ 하고 가끔은 대거리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눈치라도 본다.
윤파란 (부산MBC 기자) edito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