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때리는 엔진음·타이어 냄새"…보령, '모터스포츠 성지' 우뚝
국가대표급 드리프트 묘기에 탄성…'오감 만족' 체험형 축제로 진화

(보령=뉴스1) 박기범 기자 = 자욱한 타이어 연기 사이로 매캐한 고무 냄새가 번졌다. 귀를 때리는 강렬한 굉음은 관람객들의 가슴까지 울렸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아이들은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도 현장의 박진감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거대한 놀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머드엑스포광장.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이 막을 올린 현장은 개막 직후부터 인파로 들끓었다. 오전 10시 개장과 동시에 관람객이 몰리며 오전에만 4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이날 하루에만 약 14만 명이 행사장을 찾으며 열기를 입증했다.
이 행사는 2011년 아주자동차대학교의 학내 행사로 출발해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2만2000평 채운 350여 대 튜닝카 물결…"자동차 매력의 정점"
약 7만 2700여㎡(2만 2000평) 규모의 광장에 들어서자,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각양각색의 튜닝카였다. 낮게 깔린 차체, 과감하게 확장된 펜더, 번쩍이는 래핑까지. 단순한 개조를 넘어 '작품'에 가까운 차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행사장에 전시 및 체험용으로 투입된 차량은 총 350여 대.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비롯해 토요타,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브랜드 차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입고 관람객을 맞았다. 같은 차종이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 튜닝카들은 '자동차가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 9살, 7살 아이와 함께 현장을 찾은 김 모 씨(40대)는 "같은 자동차인데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아이들이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같다"고 감탄했다.
학교법인 '대우학원'의 아주자동차대학교답게 옛 대우자동차를 볼 수 있어 참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경남 김해에서 온 이 모 씨는 "우리 가족 첫 차가 에스페로"라며 현장에 전시된 에스페로를 비롯해 대우의 다양한 자동차를 카메라에 담았다.


굉음과 환호 뒤섞인 체험형 축제…짐카나·드리프트 '열광'
행사장의 진짜 매력은 '체험'에 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들려오는 배기음과 타이어 마찰음, 그리고 공기를 채우는 고무 냄새가 축제의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현장에서는 △자동차·레이싱팀 전시 △짐카나·드리프트 대회 △오프로드 동승 체험 △선수 팬 사인회 △가족 체험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장애물 코스를 정교하게 통과하는 '짐카나' 대회에는 한국을 포함해 태국·싱가포르·대만·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5개국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참가해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차량이 옆으로 미끄러지며 굉음을 내뿜는 드리프트 구간에서는 관람석에서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프로그램에는 일반인들도 직접 참가할 수 있도록 해 모터스포츠의 문턱을 낮췄다.
오프로드 체험존 역시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경사로와 요철 구조물을 넘나드는 차량에 동승한 관람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모터스포츠의 짜릿함을 만끽했다.
"모터스포츠에 진심"…토요타, 드리프트에 열광
완성차 브랜드 중에서는 토요타가 유일하게 공식 참여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 부스는 단순 전시를 넘어 △레인체인지 △슬랄롬 △드리프트 택시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토요타 부스는 '더 좋은 차 만들기'를 위해 모터스포츠를 활용하는 토요타의 철학과, 자동차 문화 확산을 추구하는 이번 페스티벌의 지향점을 모두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레인체인지에는 수프라와 크라운, 슬랄롬엔 라브4와 프리우스, GR86, 드리프트에는 GR86을 배치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차량의 극한 기능이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GR86을 활용한 드리프트 체험 구간은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였다. 참가자들은 전문 드라이버의 안내에 따라 차량의 한계 성능을 경험하며 '운전의 재미'를 몸소 체험했다.

지역·산업·교육 잇는 플랫폼…보령 대표 봄 축제로 안착
'2026 보령·AMC 국제 모터 페스티벌'은 2020년부터 대천해수욕장 인근으로 무대를 옮기며 보령시와 공동 개최하는 지역 대표 행사로 성장했다. 여름 머드축제와 함께 보령을 대표하는 양대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약 19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 데 이어 올해는 이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일간 20만2000여 명이 방문했던 이 축제는 올해 일정이 이틀로 줄었음에도 2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 축제는 교육과 산업, 지역 경제를 잇는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자동차대학교 학생들은 행사 기획부터 운영, 차량 관리, 경기 진행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보령시는 이를 통해 여름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를 봄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보령·AMC 모터페스티벌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표 콘텐츠"라며 "보령을 대한민국 자동차 문화·관광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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