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60%가 외국인"…한남동, 힙한 골목 넘어 필수 관광 코스로[르포]

강세훈 기자 2026. 5. 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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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슈 보고 왔어요"…외국인이 만든 필수 코스
카페 관계자 "요즘은 손님 10명 중 6명이 외국인"
소규모 상가 공실률 2024년 13.9%→작년 3.9%
뜨거운 인기 뒤 그늘…임대료 상승이 남긴 과제
[서울=뉴시스] 유지담 인턴기자 = 지난 23일 오전 한남동 카페거리 골목을 즐기는 사람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유지담 인턴기자 =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3번 출구. 지상으로 올라와 3분 남짓 걷자, 길 건너편에 5층 규모의 꼼데가르송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을 등지고 비스듬히 경사진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한국어보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먼저 귀에 꽂힌다.

한때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였던 한남동 골목. 이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관광객이 모여드는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변했다.

한남동에서 15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중개업소 대표 A씨는 "예전엔 한강진역에서 10명만 내려도 많다고 했어요. 지금은 한 번에 100명씩 나옵니다. 유동인구가 10배는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조용한 주택가였다. 변화는 작은 카페 몇 곳에서 시작됐다. 이후 글로벌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며 골목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

이제 한남동은 '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20대 여성 B씨는 "옷을 사러 온다기보다, 밥 먹고 카페 가고 걷는 시간을 즐기러 온다"고 말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서울=뉴시스] 유지담 인턴기자 = 한남동 꼼데가르송 건물 뒤편 골목에 위치한 '리움미술관' 전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골목 안은 이미 '대기 문화'가 일상이 됐다. 카페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이들은 지도 앱을 켜고 차례를 기다린다.

10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C씨는 "요즘은 손님 10명 중 6명이 외국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유입 경로는 다양하다. 중국 관광객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샤오홍슈'를 통해, 서양 관광객은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라는 입소문을 따라 이곳을 찾는다는 했다.

한남동의 한 식당 매장 점원은 "중국인 관광객은 샤오홍슈의 '관광 필수 리스트'를 보고 찾아온다"며 "한남동의 숨은 쇼룸들도 이곳을 통해 글로벌한 유명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상권의 성격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소수 취향의 편집숍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마뗑킴’처럼 대중적 브랜드가 들어서며 방문 연령층도 20대에서 40대 이상으로 넓어졌다.

[서울=뉴시스] 유지담 인턴기자 = 한남동 카페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포르쉐 스튜디오 한남'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한강진역~이태원역 일대 공실률은 13.9%에서 2025년 4분기 3.9%로 10%p 감소했다.

CBRE 김용우 리테일 총괄 상무는 "한남동은 대로변과 골목이 공존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들은 한번의 방문으로 두 가지 결의 경험이 가능하다"며 "이곳은 서울에서 F&B 소비와 리테일 소비가 비슷한 비중으로 이루어지는 사실상 유일한 상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도 있다. 임대인들이 더 이상 '비싼 임차인'만을 고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상무는 "한남동의 주요 임대인들은 더 이상 임대료를 많이 써내는 임차인만을 선택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개념이 이 상권에 어울리는가, 우리 건물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를 먼저 따진다"며 "이런 선별적인 구조가 역설적으로 상권의 질을 높이고 공실률을 낮게 유지시키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최근 일부 신규 건물주들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유지담 인턴기자 = 한남동 한강진역 3번 출구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맞은 편에 5층 규모의 '꼼데가르송' 건물이 보인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따라 권리금이 수억 원에 달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결국 상권의 에너지가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씨는 "최근 새로 건물을 매입해 들어온 이들이 수익률을 맞추려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임대료 3000만원에 권리금까지 얹히면 버틸 수 있는 상인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남동의 미래는 분명하다. 탄탄한 배후 수요와 글로벌 브랜드의 경쟁은 상권을 계속 키울 것이다. 다만 변수는 하나다. 이 분위기를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느냐다.

A씨는 "유행을 좇기보다 한남동다운 결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 균형이 결국 이 골목의 생존을 가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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