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 처참함 속 피어난 연대…무가치함에 전하는 위로 [N초점]

안태현 기자 2026. 5. 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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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포스터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인간을 보면서 저기에도 내가 있구나,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

지난달 26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극본 박해영/ 연출 차영훈/ 이하 '모자무싸') 속에서 황동만(구교환 분)이 내뱉은 이 대사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자신이 그 누구보다 무가치하다고 얘기하던 인물이 눈물을 쏟으면서 뱉어낸 이 말 속에는 '모자무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동질감 속 연대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모자무싸'의 로그라인은 꽤 간단하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의 내용과 그 속에 담긴 인물들의 감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주인공 황동만은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20년째 붙들고 있는 영화감독의 꿈도 이루지 못해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자기비하와 그럼에도 어떻게든 스스로를 증명해 내려고 하는 인정욕구가 뒤엉켜 있다. 하지만 양가적인 두 감정이 끊임없이 교차하니 일어나는 건 소용돌이밖에 없다. 그렇게 황동만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잠식되어 갈 뿐이다.

황동만을 지켜보는 변은아(고윤정 분)도 마찬가지다. 무직으로 살고 있는 황동만과 비교하면 번듯한 직장도 있으니 살맛 나는 사람인 것만 같지만, 내면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 차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생긴 유기 공포증은 언제든 자신이 버려질 것이라는 트라우마로 남아 심리적 궁지에 몰릴 때마다 코피를 쏟아낸다.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스틸컷

황동만 주변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친구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영화를 다섯 편이나 만들었다면서 잘난체 하며 황동만과 자신의 급을 나누는 박경세(오정세 분)는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황동만과 박경세가 소속된 모임 8인회의 멤버들도 '착한 어른'이라는 허울에만 갇혀서는 '인간다움'도 느껴지지 않는 행동들만 이어간다. 황동만을 연민하면서도 꼴불견이라고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는 묘한 우월감도 느낀다.

이처럼 '모자무싸' 속 캐릭터들은 하나씩 모난 구석이 있다. 그 모난 구석이 극대화된 황동만이 오히려 가장 솔직하다. 황동만 이외의 모든 인물들은 그저 그 모난 구석들을 숨기려고만 애쓴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모든 자격지심을 쏟아내는 황동만을 혐오한다. 자신들은 황동만과 다르다고 자위하면서 그와 닮은 본인들 속 모난 구석을 포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인물 군상을 통해 '모자무싸'는 '너도 그렇지 않냐?'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쿡쿡 찌른다. 드라마를 보면서 끊임없이 불편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그 누구보다 찌질한 주인공이 자신에게도 있을 부족한 부분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지게 한다. 황동만의 대사처럼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인간을 보면서 저기에도 내가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자무싸'는 그저 '이 찌질한 인간상이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4회에서 등장한 '올포원 원포올'이라는 대사로 '모자무싸'는 어딘가에서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까지 던졌다.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 '삼총사' 속 유명한 구호인 '올포원 원포올'은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모자무싸'에서는 현실의 힘듦 속에 눈물을 흘리던 변은아에게 황동만이 이 구호를 던지면서, 처참함 속에서도 결국 연대함으로써 서로가 무가치하지 않게 만든다며 위로했다. 그리고 이 말 그대로 '모자무싸'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무가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싸워 나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위로를 전했다.

제목처럼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며 그 모두에게 처참함 속 피어난 연대라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위로를 전하고 있는 '모자무싸'. 과연 앞으로의 전개에서 '모자무싸'가 또 어떤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무가치함'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를 선물할지 기대가 커진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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