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남자였음 죽었어" 그녀, '괴롭힘 일기' 남기고 목숨 끊었다

양원보 앵커 2026. 5.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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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의 상습적인 괴롭힘과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20대 여성에 대한 제보가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2024년 3월이었습니다. 당시 25세였던 방유림 씨는 경기도의 한 반도체 부품 회사에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고향인 전북 군산을 떠나 사회인으로서 첫 홀로서기였습니다. 엄마에겐 "성공해서 효도하겠다"고 했던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9개월 뒤 방씨는 엄마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이유를 몰랐습니다. 방씨가 남긴 노트북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사진=JTBC '사건반장'〉

거기엔 입사 직후부터 40대 남성 상사 A씨에게 당한 괴롭힘의 내역이 마치 일기처럼 남아있었습니다.

"오늘은 (A씨가) 내 목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뒤에서 무릎으로 다리를 쳤다."
"주먹으로 코를 때리고, 팔을 세게 잡아 멍이 들게 했다"

〈사진=JTBC '사건반장'〉

폭행으로 생긴 멍 사진들도 첨부돼있었습니다.

"여자로 태어난 거에 감사해라"
"야 이 씨XXX아! 너는 남자로 태어났으면 나한테 죽었어."

〈사진=JTBC '사건반장'〉

폭언과 성희롱도 일상이었습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중요 부위를 언급하거나 "네가 회식에 오면 도우미 있는 노래방을 못 간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생전 방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노동청은 일부에 대해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계속 마주쳤습니다. 방씨는 출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A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는 지지부진. 결국 고소장을 낸 지 두 달여 만에 방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찰은 '고소인'의 사망 사실도 몰랐습니다. 피의자 조사가 시작된 건 사망 두 달 뒤였습니다. 그마저도 "목격자와 CCTV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은 무혐의 종결됐습니다. A씨가 기소된 건 유족의 이의 신청으로 사건이 검찰에 넘어간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16일 첫 재판에서였습니다. A씨 측은 "긴장을 풀어주려는 장난이었다" "친근한 표현으로 착각했다"고 했습니다.

방씨의 어머니는 〈사건반장〉과의 통화에서 "A씨는 법정에선 '유가족에게 사과한다'고 하더니 재판이 끝나자마자 내빼듯 도망갔다"며 "진심으로 뉘우쳤다면 내 앞에서 고개라도 숙였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사건반장〉은 유족의 동의 하에 고인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취재지원=천보영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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