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3.0의 서막 : 존 터너스, AI 파도에 ‘혁신의 DNA’를 이식할까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5. 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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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역전극과 ‘포스트 아이폰’이라는 거대한 과제 남아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부사장 존 터너스가 2026년 3월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맥북 네오를 포함한 애플의 신제품을 발표하는 ‘애플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2026년 4월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시선이 캘리포니아 쿠퍼티노로 향했다. 15년간 애플을 이끌었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그의 뒤를 이을 인물로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낙점됐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CEO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티브 잡스가 창의적 혁신의 아이콘이었고, 팀 쿡이 운영의 마법사였다면, 이제 애플은 다시 제품 그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터너스는 애플에서 25년을 몸담은 뼛속까지 ‘애플맨’이다. 그가 CEO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시장은 애플이 다시 기술 중심 기업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지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장 완벽하게 결합할 수 있는 엔지니어 출신 리더의 등장은 애플에 가장 절실한 카드였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팀 쿡의 부드러운 미소 대신 제품의 내부 설계까지 꿰뚫고 있는 터너스의 날카롭고도 새로운 리더십을 마주하게 됐다.

 Appearance
 워크 웨어와 티셔츠 사이의 미학 : 만드는 사람의 정체성을 입다

터너스의 비주얼 브랜딩은 한마디로 세련된 실용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가 공식 석상에서 보여주는 옷차림은 스티브 잡스의 검정 터틀넥처럼 고집스럽지 않으며 팀 쿡의 셔츠 스타일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그의 옷차림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는 관리하는 경영자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동료라는 인상을 준다. 지난 3월 뉴욕에서 열린 애플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는 라벤더 빛이 감도는 회색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안에 블랙 티셔츠를 입은 이 옷은 격식을 차린 드레스 셔츠와 현장에서 입는 워크 웨어의 경계에 있다.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린 연출은 ‘언제든 제품을 뜯어보고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그가 하드웨어 전문가로서 쌓아온 25년의 신뢰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맥 전용으로 설계된 최초의 칩인 M1을 공개하는 모습. 애플은 팀 쿡 CEO가 오는 9월 1일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새 CEO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사진=애플

특히 M1 칩을 발표할 때의 모습은 더욱더 인상적이다. 짙은 흑녹색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애플워치만을 착용한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엔지니어의 모습이다.

화려한 배경 그래픽과 대비되는 그의 단순한 차림은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기술’이라는 겸손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는 애플의 핵심 가치인 미니멀리즘을 몸소 실천하는 브랜딩이다.

팀 쿡과 함께 애플파크를 걷는 사진에서도 그의 스타일은 빛을 발한다. 두 사람 모두 캐주얼한 차림이지만 터너스는 좀 더 몸에 잘 맞는 다크 네이비 셔츠와 진을 매치해 젊고 에너제틱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51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탄탄한 체격은 그의 성실함과 자기관리 능력을 짐작하게 한다. 그의 옷차림은 전혀 화려하지 않지만 소재의 질감과 핏에서 느껴지는 정교함은 그가 설계한 애플 제품들의 디테일과 닮았다. 그는 옷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기술자라는 브랜딩을 완성하고 있다.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사진=애플

 Behavior
 0.01초의 승부사 : 수영 선수의 집념이 깨운 애플의 야성

터너스의 행동 양식을 분석해보면 그가 왜 차기 리더로 선택됐는지 명확해진다. 그는 대학 시절 수영팀에서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울 만큼 지독한 끈기의 소유자이다. 수영은 0.01초를 다투는 기록경기이자 자신과의 싸움이다.

터너스가 25년간 애플의 숱한 위기 속에서도 에어팟,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 실리콘 전환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 운동선수 특유의 집념에서 나온다. 그는 매우 치밀하고 현장 중심적이다.

단순히 보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엔지니어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시제품의 구조나 칩의 발열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졸업 프로젝트로 사지마비 환자를 위한 로봇 팔을 설계했던 그의 이력은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철학적 뿌리를 보여준다.

‘제품의 미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팀 쿡의 찬사는 터너스가 기술의 사양에 매몰되지 않고 사용자 경험의 본질을 꿰뚫는 행동을 보여왔음을 증명한다. 그는 결정해야 할 순간에 주저하지 않는 결정자로서 합의를 중시하던 쿡 체제와는 또 다른 속도감을 조직에 불어넣고 있다.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2019년 애플 연례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새로운 맥 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Communication
 엔지니어링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 신뢰를 구축하는 소통법

터너스의 소통 스타일은 전문성에 기반한 친근함이다. 그는 복잡한 기술적 성취를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키노트에서 새로운 맥북과 AI 기능을 설명할 때 수치적인 성능 향상보다는 그 기술이 사용자의 창의성을 어떻게 확장하는지에 집중했다.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에 대한 확신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는 애플 충성 고객들에게 깊은 신뢰를 준다. 특히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도 그는 꼼꼼하지만 현명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그가 기술적 오류를 잡아낼 때는 엄격하지만 팀의 비전을 제시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술을 아는 CEO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조직 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는 소통을 지향한다.

 AI라는 거대한 벽과 넥스트 아이폰의 압박을 넘어서

터너스 앞에 놓인 길은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다.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며 동시에 파괴적이다.

첫째, AI 추격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 구글과 오픈AI가 앞서가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애플 인텔리전스가 단순한 추격이 아닌 새로운 표준임을 하드웨어와의 완벽한 결합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둘째, 포스트 아이폰의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 비전 프로가 아직 대중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폴더블 기기나 스마트홈 등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카테고리를 터너스의 손으로 완성해야 한다.

이처럼 터너스의 성공 여부는 애플을 가장 잘 운영되는 성숙 기업에서 다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 기업으로 되돌려 놓느냐에 달려 있다. 터너스가 자신의 엔지니어링 DNA를 얼마나 과감하게 이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의 옷차림이 말해주듯 이제 애플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다시 현장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수영 선수의 집념으로 AI라는 거센 파도를 넘고 로봇 팔을 설계하던 섬세함으로 새로운 기기를 빚어낼 존 터너스. 그의 시대에 애플이 다시 한번 우리를 경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그의 첫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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