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격노” 찌라시까지… 재계 뒤흔드는 하이닉스 성과급 비화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본받아라”
역대급 성과급 어떻게 받게 됐나

파격적인 협상의 여파는 시간이 지난 현재도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각 기업들이 역사적인 ‘성과급 투쟁’의 단초가 됐다. 특히 역대급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는 “하이닉스만큼 달라”며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재계를 뒤흔들 정도로 막강한 결과를 낳았지만, 사실 하이닉스도 현재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노사 간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 젊은 직원이 직접 경영진에 성과급 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상소문 파동’까지 일기도 했다. 더 이상의 갈등은 위험하다 판단한 노사가 ‘지속가능함’과 ‘정당한 보상’의 균형을 갖춘 체계를 갖추고자 대화를 지속한 결과 합의에 도출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적으로 터져 나온 시기는 2021년이다. 그 전에는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간 줄다리기 식 협상은 진행했었지만, 회사 내부의 문제로 그쳤을 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은 이른바 ‘MZ 상소문 사태’로 알려진 한 젊은 직원의 이메일이다. 입사 4년차, 한창 회사에선 막내급으로 불리는 한 직원이 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이석희 당시 하이닉스 사장을 상대로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성과급 책정의 기준이 되는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하이닉스는 2020년분 성과급을 기본급의 400%, 연봉의 20% 수준으로 공지한 데서 시작됐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연봉의 47%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하자 SK하이닉스 내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액수보단 체계를 문제 삼았다. 액수는 상관 없으니 성과급을 어떻게 책정하는 지 알려달라는 여론이 터지기 시작했다.
내부가 들끓을 무렵, 신입 직원이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를 요구하는 항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 직원은 사내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을 올리며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를 공론화했다. 상소문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의 산정 기준 투명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에 받은 연봉을 직원들을 위해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거센 요구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그해, 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한다는 파격적인 협상을 타결한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지표로 성과급 기준을 정하는 게 아닌, 공개된 기준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역사적 협상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2022년부터 코로나19를 비롯한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해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은 탓이었다. 회사는 2023년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성과급 잔치는커녕 생존이 급한 시기가 됐다. 성과급 논의는 잠잠하게 된다.
사그라들었던 성과급 논의는 인공지능(AI) 시장 개화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반도체 시장이 부활하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고, 회사는 여기에 난색을 표했다. 기나긴 협상 끝에, 노사는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그리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 결과 올해 초 SK하이닉스 직원들은 기본급의 2000%가 넘는 성과급을 손에 쥐을 수 있었다.

노사간 협의로 성과급 체계를 일찍이 정비한 덕에, 올해 겪는 성과급 투쟁에서 SK하이닉스는 한 발 비껴갔다. 경영학계나 재계에선,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 사례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남은 과제도 여전하다.
우선,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역대급 성과급을 본사 직원만 받는 것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성과급 차별 지급을 중단하라”며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피앤에스로지스지회 등 조합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청주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 안의 수많은 하청노동자들은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피앤에스로지스는 SK하이닉스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경기 이천 사업장 등에 운송하는 회사다. 조합원들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줬다”며 “반면 하청노동자들에게는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을 지급했다”고 했다. 이어 “이는 하청노동자들과 함께 찬란한 성과를 만들어냈음에도 여전히 하청 노동자들을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이닉스는 하청노동자들의 절규와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하이닉스에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으며, 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낼 예정이다.
막대한 성과급을 직원에만 주지말고, 사회에 환원하란 압박도 나온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과 관련해 “농어민 환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대급 호황이 농어민의 희생덕에 가능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삼성전자 노조 협상 결과도 변수다. 만약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재원 활용을 삼성전자측이 받아들인다면, 하이닉스도 현행 10%에서 상승을 요구하는 등 논의가 터져 나올 수 있다.
반진욱 halfnu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영웅 1억 거절·홍지윤 일당 3000만원, 그들이 직접 쓴 ‘이름 가격표’
- 30억 빚 → 600억 매출…허경환은 ‘아버지 SUV’ 먼저 사러 갔다
- 호적조차 없던 이방인서 수백억원대 저작권주…윤수일, ‘아파트’ 뒤 44년의 고독
- “배경 보다 헌신 택했다”…조은지·라미란·김윤진, 톱배우들의 이유 있는 남편 선택
- “내가 암에 걸릴 줄 몰랐다”…홍진경·박탐희·윤도현의 ‘암 투병’ 기억
- 47세 한다감도 준비했다…40대 임신, 결과 가르는 건 ‘나이’만이 아니었다
- 100억 쓰던 ‘신상녀’ 300원에 ‘덜덜’…서인영 “명품백 대신 가계부 쓴다”
- “통장 깔까?” 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서늘한 응수…암 투병 후 악플러 ‘참교육’한 사연
- "故 전유성, 지금까지 '잘 놀았다'고"…최일순, 유작 작업 중 그리움 드러내
- “깨끗해지려고 썼는데”…물티슈, 항문 더 망가뜨리는 이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