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육성하랬더니 숙청했다…4연임 향하는 시황제의 중국 [Book]
![[챗GPT]](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mk/20260503060301980dkcf.png)
하지만 만인의 예상은 빗나갔다. 당대회를 앞두고 쑨정차이는 부패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후춘화는 기존의 정치국 위원 연임에 그쳤다. 그리고 5년 뒤 열린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선 ‘최고지도자는 중임 후 물러난다’는 관례까지 깨졌고 시진핑의 3연임이 확정됐다. 현대 중국이 ‘시황제 체제’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신간 ‘시진핑 이후: 권력 승계와 중국 정치의 변화’가 출간됐다. 제21차 중국공산당 당대회가 열리는 2027년을 한 해 앞두고 시진핑의 4연임 가능성을 질문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시진핑의 유임 확률을 주사위로 예측하거나 중국 차세대 권력자의 얼굴을 섣부르게 스케치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이라는 구조 속에서 ‘시진핑과 시진핑 이후’를 차분하게 들여다본다.
마오쩌둥 이후 후진타오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자들의 권력 승계의 핵심은, 은유컨대 ‘황태자 제도’였다고 책은 소개한다. 마오쩌둥 이후 현대 중국 지도자는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졌는데, 두 세대 전에 차차기 지도자를 일찌감치 정하는 관례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장쩌민의 후계자는 덩샤오핑 세대가 미리 정하고, 후진타오의 후계자는 장쩌민 세대가 주도하는 식이었다. 일인의 권력 독점을 막고 원로의 입김과 전통을 유지하려는 보루였을 것이다.
2012년 시진핑과 리커창 체제가 출범하던 때 후춘화와 쑨정차이를 정치국 위원에 포함시킨 이유도 이러한 포석이었다. 5년 뒤엔 승계 구도가 확정될 것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은 퇴직 원로들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반부패 투쟁의 메스는 원로에게도 예외가 없었고, 당과 군에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 가운데 부패 연루자는 의자를 빼앗겼다.
“시진핑은 어떠한 인사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임하지 않았고, 2022년에는 최고지도자가 중임 후 물러나도록 한 덩샤오핑의 전통을 깼다.”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을 앞두고 부패 혐의뢰 숙청된 쑨정차이 [EPA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3/mk/20260503060303278cnln.jpg)
이 지점에서 시진핑의 임기가 제한될 두 가지 요인을 저자는 파고든다.
첫째, 시진핑 자신의 건강 문제다. 대중과의 접촉과 건재함의 과시 없이는 거대한 대륙의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최고지도자는 사실 ‘극한 직업’이다. 외빈을 만나면서도 주기적으로 지방 시찰에 나서야 한다. 건강에 변수가 생기면 영향력 유지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시진핑의 고령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 79세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앞서 조 바이든의 취임 당시 나이는 만 79세였다. 시진핑은 2027년 만 74세가 된다.
둘째, 권력이 과도하게 한 개인에게 집중돼 있다는 반발이 확산할 가능성이다. 시진핑의 3연임이 수용되던 당시의 논리는 ‘중국과 같은 규모에서 10년 주기의 최고지도자 교체는 잦은 정책 변화를 초래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15년은 너무 길다”는 인식 역시 확산 중이라고 책은 쓴다. 물론 난수표처럼 꼬인 국제 정세 상황에서 시진핑을 대체할 강자가 없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트럼프와 같은 극우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정치 현실은 되레 시진핑 4연임의 명분이자 변수가 돼가고 있다.
내년 제21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택할 운신의 가능성은 다시 두 가지다. 하나는 퇴진 가능성. 그러나 그걸 결정하는 이도 시진핑일 것이라고 저자는 확언한다. 또 하나는 임기 연장 가능성인데, 이 역시 최종 결정자가 시진핑이다. 연장 시 후계 체제가 등장할 개연성이 크다. ‘더는 임기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줘야 반발을 완화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본인 손으로 후계자를 확정하게 된다.
책의 서두에 소개되는 장쩌민의 한마디가 꽤 인상적이다. 2000년 10월 홍콩 언론이 중국공산당 지도부 인사를 두고 백가쟁명식 예측을 쏟아냈을 때, 장쩌민은 헛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나조차 아직 모르는 일을 그들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최고 권력자도 ‘다음’을 모른다는 건 중국 권력의 속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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